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적완화 외면한 채 환율조작국 지정할 수 있겠나

한국이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조사 및 제재 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베넷해치카퍼(Benet-Hatch-Carper)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법안 발효가 가시화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BHC 법안은 '무역촉진법 2015' 가운데 '제7편 환율조작'을 일컫는 별칭으로 교역 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나라가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할 경우 이를 수출보조금과 동일한 불공정무역 행위로 간주해 피해규모 등을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안 발효시 한국의 통화 저평가 여부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고 1차 제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미(對美)무역 흑자국, 경상수지 흑자국, 통화 저평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나라 등이 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환율조작을 위한 시장개입에 소극적인 편이다. 문제는 경상흑자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1,059억달러 흑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8%를 기록했다. 그러잖아도 원화가치 상승 압력과 통상마찰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규모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경상흑자 규모와 GDP 대비 흑자 비율이 높은 중국·독일·한국을 지목해 불균형 시정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시장 환율구조는 무역수지보다 통화정책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중앙은행이나 일본은행 등의 양적완화 조치다. 이들 은행은 양적완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아예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BHC 수정법안이 한국·대만 등 경제규모가 작고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나라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자의적 무역보복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