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의도를 범죄청정지대로"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 척결 정조준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 지정 1년…

2014년 증권범죄합수단 이전 등 전문성 강화로 비리사건 철저 수사

檢, 작년 자본시장법 위반 456건 처리… 2010년 161건서 3배 가까이 늘어나

서울남부지검이 80~90%가량 담당


지난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접수·처리한 사건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긴 범죄 혐의자도 최근 5년 내 최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범에 이어 서울남부지검의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 지정 등 수사 전문성을 끌어올리려는 검찰의 시도가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접수·처리한 사건 수는 각각 449건과 456건이다. 검찰이 접수·처리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0년만 해도 각각 191건과 161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함에 따라 5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는 범죄 혐의자 수도 지난해 111명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의 심판대에 넘겨진 범죄자들은 2010~2012년 20명에 머물렀다. 그러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정식 출범한 2013년 80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14년에는 100명을 돌파했다. 반면 공판 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벌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은 이는 2011년 110명에서 2012년 154명까지 늘었으나 2013년 이후 해마다 줄어 지난해 118명에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접수·처리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가운데 80~90%가량이 남부지검에서 이뤄진다"며 "2014년을 기점으로 접수한 수보다 처리한 사건 수가 늘어난 점도 수사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검찰이 1년간 접수한 사건 수보다 처리한 숫자가 많다는 건 수사 적체가 줄었거나 수사 과정에서 새로 인지한 사건이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접수된 사건 수가 처리 사건 수를 웃돌았으나 2014년에는 처리 사건(442건)이 접수 사건(400건)보다 많았다. 작년에도 처리 사건(456건)이 접수 사건(449건)을 웃돌았다.

이처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접수·처리한 사건이 늘고,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배경에는 남부지검을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하는 등 검찰이 추진한 수사 전문성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검찰이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 척결을 위해 조직변화의 시동은 걸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3년. 당시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증권범죄합수단을 출범시켰다. 이듬해에는 합수단을 남부지검으로 이전한 데 이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2부도 옮겨와 남부지검을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수사 전문성 강화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그 결과 남부지검은 지난 1년간 주가조작은 물론 여의도 증권가의 구조적 비리까지 낱낱이 파헤치면서 사채업자 돈으로 코스닥 상장회사를 인수·합병한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일당을 비롯해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전·현직 대기업 직원도 잡아들였다. 특히 고객 투자금으로 주가를 부양한 대가로 뒷돈을 받아 호화생활을 즐긴 펀드매니저와 감사 대상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해 억대 부당 이득을 챙긴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등 전문직 범죄자도 무더기로 구속했다.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2년차를 맞은 남부지검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증권·금융 비리 사건까지 파헤쳐 여의도 증권가를 이른바 '범죄 청정지대'로 만든다는 게 올해 목표다. 주가조작·무자본 M&A·전문직 종사자가 연계된 직무 관련 비리를 비롯해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왔던 증권·금융 비리 사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식 발행·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비리와 기업 오너들의 불법 비자금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모 남부지검장은 "올해는 증권·금융시장 내 숨어있는 비리 사건을 찾아내 수사하겠다"며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암묵적으로 자행되던 비리도 들여다보며 비리 사각지대를 정조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무조건 강도 높은 수사로 국내 증권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생각은 없다"면서 "증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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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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