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우물 안' 보험산업



해가 바뀌면 기업들은 늘 새로운 경영 목표를 내놓는다. 이때 '약방의 감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앞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 보험사들은 생명보험·손해보험 구분 없이 해외 진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보험 시장이 이미 성숙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 내 경쟁자 수는 포화 수준에 달했는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저금리와 불황이라는 악재까지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신규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 관련 움직임은 여전히 굼뜨고 소극적이다. 미국·유럽 등지의 글로벌 보험사들이 중국·동남아 등 성장성이 높은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 굉장히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보험사로 독일 알리안츠를 꼽을 수 있다. 알리안츠는 해외 시장 진출 역사만 100년이 넘고 진출 국가도 70여곳에 달한다. 국내 시장에도 IMF 사태 직후인 지난 1999년, 당시 국내 생보업계 4위였던 제일생명 인수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알리안츠는 한국 시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판단을 내린 후 곧바로 출구전략에 들어갔다. 반면 신흥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보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최대 포털 업체인 바이두와 전격 손을 잡았다. 온라인 전업 보험사를 설립해 특정 대도시의 대면 채널이 아니라 중국 전역의 개인 및 소상공인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에서는 떠오르는 보험 신시장인 필리핀 진출을 선언했다. 현지 상업은행인 PNB의 보험 부문 지분 51%를 인수하고 은행 전국 지점망을 통해 방카슈랑스 영업에 나선다. 각국 시장의 특성에 따라 빠르게 파트너를 물색하고 틈새시장을 찾아 파고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늘 해외 진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투자하는 일인 만큼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보험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나 지나친 '신중함' 탓에 글로벌 보험사들과의 현지 파트너 확보 경쟁에서 지고 시장 진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당국도 인지를 했는지 지난 12일 금융위원장이 직접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히고 나섰다.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인데 우리가 머리만 계속 맞대고 있는 순간에도 글로벌 보험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민관이 모두 주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현 금융부 차장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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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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