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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20년대 최초 트렌스젠더의 '진짜 나' 찾기

영화 '대니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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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성(性)이 있는데 남자, 여자, 그리고....'

사람들은 성 정체성을 놓고 농담 삼아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남자, 여자가 아닌 '제3의 성'이 있다. 이를테면 수천 명당 한 명꼴로 육체적으로 남녀 성을 모두 가진 간성(間性·intersexual)이 태어난다고 한다. 성적 지향성에 따라 이성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지 않아 신체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생소해하는 이 수많은 성 소수자들 가운데 그나마 대중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아마 동성애자일 것이다. 할리우드가 평범한 동성애자들을 무수한 대중 영화에 등장시키며 좁은 세상에 갇혀 살던 이성애자들의 시야를 넓힌 덕이라고 본다. 그런 할리우드가 이제는 다른 성 소수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영화 '대니쉬 걸(사진)'은 바로 그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으로 주목된다.

영화는 최초의 트렌스젠더로 기억되는 덴마크의 화가 '릴리 엘베(에디 레드메인)'의 특별한 일대기를 그린다. '릴리'는 '아이너 베게너'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나고 자라 풍경 화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사랑스러운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와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너는 게르다의 그림 모델을 서며 스타킹을 신고 드레스를 걸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숨죽이고 있던 진짜 자신 '릴리'를 만난다. 그리고 아이너는 내면뿐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까지 진짜 자신을 찾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쉽게 지지받기 어려운데 1920년대에는 오죽했을까. 비극은 불가피했다.

가지고 태어난 성에 위화감을 느끼며 생물학적 성을 바꾸려고 하는 트렌스젠더가 영화 등 작품에 등장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작품은 그들의 외모적 독특함이나 늘 소외되는 안타까운 사회적 위치에 주목하는 데 그쳤다. '대니쉬 걸'의 특별한 점은 트렌스젠더의 삶을 택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려 노력한다는 지점이다. 배우 에디 레디메인은 압도적인 표현력으로 관객들이 릴리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너가 '릴리'의 존재를 깨달은 후 겪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배우의 손짓과 눈빛, 안타까운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관객들이 그의 선택이나 결정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 생생한 고통과 애절한 마음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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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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