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진짜 할 수 있는 만큼 써라

<14> 추정재무제표, 예상 매출액

투자 유치용 '3년 뒤 100억' 모범답안 아냐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 입증하는 데 주력을



"사업계획서를 쓰는 중이에요. 추정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3년 뒤 매출을 어느 정도 잡으면 좋을까요?"

"할 수 있는 만큼 잡으면 되죠."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고 싶어서요. 얼마 정도로 하면 벤처캐피털(VC)이 좋아할까요? 아무래도 100억원은 넘겨야겠죠?"

"아… 벤처캐피털이 원하는…."

스타트업에 추정재무제표 작성은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달 매출도 가늠이 안 되는데 3년 뒤 매출액을 적으라고 하니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업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수준의 답을 찾으려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의 3년 차 이후는 연매출 100억원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집 맨 뒷장에 붙어 있는 답안지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우선 이게 왜 모범(?)답안이 됐는지 살펴보자. 벤처캐피털은 말 그대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다. 일반적으로 '벤처(venture)'라고 하면 성장성 높은 기술 기반 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3년 후, 5년 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야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벤처캐피털은 초기 벤처기업인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통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해서 투자를 하는데 이 펀드의 존속 기간이 7~8년 정도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투자 후 4~5년이 되는 시점에서 스타트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보이거나, 성장을 통한 기업 가치가 높아져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곳이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수년 내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꽤 괜찮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스타트업의 사업 종류와 벤처캐피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상 매출액이 적어도 투자자 관점에서 더 높은 성장 가능성이 예측된다거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투자 검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기 위해 3년 뒤 예상 매출을 100억원 정도 잡으면 될까? 물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계획이 제시된다면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개연성 있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종이 위의 숫자에 불과하고 오히려 터무니없는 사업계획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실제 실현 가능한 매출액을 기재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와 지금까지의 실행 결과를 제시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사업계획서에 적힌 매출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시장 크기, 그에 따른 성장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창업팀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름대로의 매출을 추정하기 때문이다.

추정재무제표에 적는 예상 매출액. 얼마를 적어도 좋다. 대신 그 논리를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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