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미운오리 저축은행의 현주소] "부실 저축銀 사라졌는데…" 높은 예보료 등 족쇄 여전

<상> 저축은행 사태 5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

회계법인에 내는 감사 보수… 자유선임보다 최대 4배 높아

아예 감사 수임 꺼리는 곳도

"저축銀 금융교육은 안받겠다" 일선 초중고까지 등돌리기 일쑤

구조조정으로 7년만에 흑자에도 '원죄' 탓 부정적 시선 그대로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로 촉발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한 지 올해로 5년이 흘렀다. 그간 부실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2014년에는 업계가 7년 만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저축은행 업계의 판도와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 역시 저축은행에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시선과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해묵은 규제에 발목 잡힌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시도는 고사하고 새로운 시장에 나서는 것조차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 금융권의 '미운 오리'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축은행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성장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모색해본다.

최근 저축은행 대표들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들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회계법인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받는 과도한 감사 보수를 조정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저축은행은 2001년 이후 15년째 회계처리 위반 경력 외에 계약이전이나 최대주주 변경, 임원 문책 등 아홉 가지 사유에 대해 모두 외부감사인을 금융감독원이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도 규제지만 더 큰 문제는 외부감사인을 금융 당국이 지정할 경우 회계법인들이 감사 보수를 자유 선임보다 최대 4배까지 높게 받는다는 점이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외부감사인을 지정 받아야 하는 사유인 임원 문책에서 '직무정지'만 제외(해임 권고는 유지)해줬을 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어떤 저축은행은 지방은행 수준의 감사 보수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업계의 어려움을 회계법인들에게 설명했더니 저축은행의 경우 리스크가 커 감사 보수를 높게 받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어떤 곳은 저축은행은 아예 감사를 수임하지 않는 것이 내부 정책이라고까지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부실 저축은행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만 강력한 규제와 뿌리 깊은 불신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저축은행은 5년 전 영업정지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한 부정적인 시선과 강력한 규제 탓에 날개를 활짝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지난 5년 사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쳤다. 부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10년 105개였던 저축은행은 지난 5년 새 79개로 줄었고 각각 76조원과 64조원에 달했던 저축은행 수신과 여신잔액도 지난해 9월 기준 수신 35조, 여신 33조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러는 사이 2014년 7월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 매각을 끝으로 29개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었고 지난해 8월에는 업계가 7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 환경은 여전히 5년 전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예금보험료(예보료)다. 0.35%였던 저축은행 예보료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0.5%로 올랐다. 은행(0.08%), 보험(0.15%)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저축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지만 당시 부실 사태와 관련이 없었던 대부분의 저축은행으로서는 억울한 부담인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규제 완화를 요청해도 '과거의 원죄' 때문에 번번이 좌절을 겪어왔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각종 건전성 규제와 높은 비용 부담 등은 결국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의 불신도 저축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요새 다른 금융사들은 모두 금융교육에 앞장서고 있는데 저축은행들은 적극적이지 않아 의아했다"며 "알고 보니 학교에서 저축은행의 금융교육은 받지 않겠다고 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저축은행이 과거에 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부실 저축은행들은 이미 다 솎아냈고 남은 저축은행들은 건전한 곳들인데도 이처럼 불신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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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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