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황을 이기는 길, 융합이 답이다] '기술·학문의 총합' 로봇 패권 잡아라

인공지능·ICT·빅데이터에 기계공학·언어학까지 망라

재활로봇 수요 많은 유럽 등 시장맞춤형 R&D·전략 필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에서 인공지능(AI)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은 강연이 끝나갈 무렵 휴머노이드(사람 모습의 로봇) '페퍼'를 연단 위로 불렀다. 성인 허리 높이의 키에 양손의 다섯 손가락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페퍼는 3분가량 유창한 언어 구사 능력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고 중간중간 농담까지 곁들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퇴장할 때는 갈채가 쏟아졌다.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만든 페퍼에는 IBM의 AI 두뇌 '왓슨'이 탑재돼 탁월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였다. 페퍼는 새로운 경험을 학습하면서 점점 똑똑해지는데 이날도 CES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던 체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페퍼는 현재 일본 상점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형 쇼핑매장과 은행 등에서 안내를 맡고 커피 매장에서는 고객의 나이와 성별·감정 등을 분석해 최고의 커피를 추천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린다.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통해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를 해석하는 페퍼가 작동하기까지는 AI부터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기계공학, 언어학 등 온갖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상상 속 혹은 실험실에서나 존재했던 AI 로봇이 점점 우리 삶으로 파고들고 있다. 비단 페퍼 같은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카나 무인비행로봇(드론), 웨어러블(착용형)에 제조용·의료용 로봇까지 각양각색이다. 로봇의 두뇌로 인간과 바둑을 겨루고 금융 자문이나 실제 펀드 운용을 하는 등 로봇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로봇의 본격적인 확대는 산업계에 다시 한 번 '융합'의 중요성을 알린다. 여러 학문과 기술이 결합한 집합체가 바로 로봇이기 때문이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여러 원천기술이 집약된 로봇은 국가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185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 256억달러로 불어난다. 로봇의 저변이 많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행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보다 정교해져야 하고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 아직 로봇 시장의 패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뜻이다.

주요국들은 로봇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CES에서 중국은 드론과 전기차, AI 로봇을 대거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성과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4년 6월 '세계 1위 로봇 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했으며 중국은 2020년까지 세계 로봇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첨단제조 파트너십'을 추진하면서 2013년에만 관련 분야에 22억달러를 투입했다. 일본은 지난해 1월 아베 신조 정부가 '로봇 신전략'을 발표한 뒤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로봇 예산(160억엔)의 72%를 도입 실증, 시장화 기술개발에 배정하는 등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의 로봇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책 지원도 이뤄진다. 다만 로봇 개발이 중소기업 중심이고 상용화가 더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수요 산업이나 수요 국가를 고려한 연구개발(R&D)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기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성장사업단장은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로봇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제조업이 크고 있는 중국, 의료재활 로봇 수요가 많은 유럽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수출 전략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