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공정 조달행위 잡아내는 '저승사자' 뜬다

조달청 불공정거래 TF팀 확대

적발 업체 '나라장터' 퇴출

구매규격 사전공개제도로 특정 기업 밀어주기도 차단

정부 조달업체인 J사는 자사의 우수제품인 '잔교'를 실제 납품할 때 계약과 달리 90% 가량을 비(非)규격 제품으로 납품해 부당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체결 때는 규격 제품을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했지만, 실제 납품때는 물류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대충 조립 납품한 것이다. 잔교는 선박접안이나 승선 등을 위해 바다위에 설치한 구조물로 승객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비규격 제품을 사용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J사처럼 정부 조달과정에서 불·탈법을 일삼아도 일일이 적발해 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감시인력도 부족하지만,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간헐적으로 제보를 통해 적발되는 게 대부분이라는 게 조달청 관계자의 토로다.

16일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 해 조달청 품질관리원서 운영하던 불공정신고센터를 올해 초부터 본청에 TF팀을 설치해 확대·운영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적발해 내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품질관리원에 신고접수된 206건에 대해서만 조사처리했는데 올해는 10명으로 구성된 본청 TF팀이 테마조사, 기획조사, 가격조사 등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가 나머지 조달업체들의 신뢰를 갉아 먹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며 "불공정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적발해 조달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김상규 조달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TF팀의 성과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규격에 미달하는 지반배수용구조재가 납품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 조사에 나서 실제 규격미달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해 해당 제품을 조달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 물자구매, 시설공사 계약 입찰 통합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거래정지 조치했다. 더 이상 발을 딛지 못하게 퇴출시킨 것이다.

조달청은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이른바 스펙 비공개에 대해서도 전면 개선했다. 발주기관이 특정기술이나 규격 등을 정해 놓고 이를 공개하지 않아 특정업체만 계속해서 계약을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아예 사전에 공개하는 '구매규격 사전공개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김 청장은 "자체입찰을 진행하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구매규격 사전공개비율이 2.6%에 불과해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입찰비리는 국가예산 낭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매규격 사전공개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 1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구매규격 사전공개제도'에 따라 연간 50만개 조달기업의 입찰참여가 확대되고, 2조원의 예산절감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달청은 불공정 행위 근절과 함께 우수조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해외조달시장진출 유망 중소기업(G-PASS)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해외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G-PASS기업에 포함시켜 지원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신규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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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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