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쏟아지는 주요국 돈풀기식 위기대책, 우리는 달라야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유럽의회 보고에서 "물가나 금융시장 어느 하나라도 위험을 야기한다면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통화정책회의 때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강한 메시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돌입한 일본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고 미국 역시 다음달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제3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필사적인 노력이 눈물겹다.

문제는 약발이다. 그동안 각국이 내놓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꺼내 든 일본과 유로존이지만 현금보관 장소만 은행에서 자국의 금고로 바뀌었을 뿐 기업과 국민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켜 금융권 위기에 대한 불안을 높이는 역풍을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조차 지난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너무 서둘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앙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이 예전 같지 않다. 오죽하면 "중앙은행이 신뢰성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까지 나올까.

각국 중앙은행의 결사적 노력에도 시장이 꿈쩍 않는 것은 돈풀기에 내성이 생긴 탓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축통화도 없고 외국인 자본유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가계부채 역시 위험수위다. 통화·금리정책이 위기탈출의 묘수일 수 없는 이유다. "통화정책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판단은 이런 의미에서 옳다. 환경이 달라졌으면 해법도 변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을 세밀히 분석하고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냉철히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우리의 탈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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