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변화의 삼성, 방향은 맞다


"이재용 부회장이 생각보다 잘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더 늘리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안 그렇거든요. 이것저것 팔아서 모은 돈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는 게 방법이에요."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특파원 생활은 한 A씨의 진단은 일반적인 시각과 달랐다. 한국말을 또박또박하는 그는 삼성과 우리나라 기업을 웬만한 한국인 이상으로 안다. 외부인의 눈으로 본 삼성은 그 방향성이 맞다는 얘기다.

기자의 생각도 그렇다. 현장에서 보는 이 부회장의 삼성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기준에 맞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

전자와 금융·바이오 중심으로 가되 스스로의 힘으로 최고가 돼야 하며 제일기획이나 삼성 스포츠단에서 보듯 앞으로는 계열사라도 삼성전자 그늘 밑에서 손쉽게 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문화·정치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삼성그룹'보다는 세계 1등 삼성전자, 세계 1등 삼성바이오를 원하는 듯하다.

예전의 선단식 경영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중국 기업은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고 글로벌 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씨앗만 뿌리면 저절로 크는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렵다. 핵심사업에 집중해 초격차 전략을 펼치는 것만이 10년~20년 뒤에도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다만 삼성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삼성은 애플이나 구글과 시작이 다르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 삼성은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고 우리 사회는 두 말없이 삼성의 손을 잡았다.

특정 기업에 대한 호의(好意) 이상이었다. 그 뒤편에는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며 이에 걸맞은 책임을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다. 삼성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놀라운 것이어서 직원에 대한 무한책임과 끝없는 기부, 일자리를 요구한다. 양적인 성장을 바라는 사회와 질적인 변화를 생각하는 삼성이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다 .

이건희 회장은 "나라가 없으면 회사가 없고, 회사가 없으면 내 자신이 없다"고 했다. 양적 팽창이 아니더라도 삼성전자를 한 단계 성장시키고 바이오를 세계 일류로 만들면 국민에 대한 충분한 보답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삼성이 '뉴삼성'으로 가더라도 국민과의 간극은 좁히면서 갔으면 좋겠다. 사회의 기대가 다 옳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특수성이 있다.

/산업부=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관련기사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