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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서도 냉기가 감돌았다.
전날 "선거를 지는 한이 있어도 전략공천은 안 된다"던 김무성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친박을 겨냥해 작심한 듯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에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이 "앞으로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대응하자 김 대표는 "그만하세요, 이제. 회의 그만해"라며 공개된 회의 석상을 뛰쳐나갔다. 전략공천을 관철하려는 친박의 대공세에 대해 "당헌·당규를 어긴 행위"라고 비판했지만 서 최고위원이 맞대응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한 행동이다. 이 같은 추태를 지켜보던 김태호 최고위원은 큰 소리로 "당 잘 돌아간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분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음에 따라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까지 각오하고 상향식 공천이라는 신념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과거 수차례 그랬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뜻을 접고 또 물러서느냐의 선택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김 대표가 이번에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상향식 공천 사수를 위해 친박과의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싸움의 원인이 된 우선추천제는 여성과 장애인 등 약자를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주장이 상식과 이치에 맞는다. 비박계의 한 원외당직자는 "사회적 약자의 정치권 진출을 돕기 위한 제도를 낙하산 공천에 활용하려는 친박의 의도 자체가 명분 없는 행동이기에 김 대표가 이번에는 물러설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대표가 이번에도 물러설 것으로 본다. 과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참아온 게 김 대표의 행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물러섰고 두 달 뒤에는 박세일씨를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고는 친박의 반대에 부딪히자 인선을 철회했다. 지난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법 파동 때도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협조했고 9월에는 안심번호제 도입을 추진하다 청와대의 지적을 받고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슬그머니 포기했다. 이후에도 '강경발언 후 뜻 접기'를 거듭했고 최근에는 '권력자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립하는 듯하다가 16일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과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익명의 한 사립대 교수는 "김 대표는 자신의 얼굴로 총선을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으로 가는 것이 절체절명의 목표"라면서 "이 때문에 이번에도 청와대와 친박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보다 당이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오는 상황을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공천전쟁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 계파의 탈당과 창당, 즉 여당이 두 개로 쪼개지는 상황이지만 이는 시기상 너무 늦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양측이 주장을 절충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향후 협상을 감안하고) 전략적으로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보이며 김 대표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강경발언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두 계파가 중간 지점에서 전략공천 지역과 인물을 절충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