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마트간 경쟁 시대 끝… 마진 포기해서라도 소셜커머스 잡는다"

■ 대형마트發 가격파괴 오나

"불황 속 온·오프 경계 무의미… 모든 유통채널과 승부 불가피"

소셜 휩쓴 육아용품부터 조준

품질제로보상제 등 내세워 온라인보다 최대 15% 싸게



"대형마트의 경쟁사는 더 이상 다른 마트가 아닙니다. 초저가 및 마케팅으로 무장한 쿠팡입니다."

올 초 만난 한 대형마트 고위인사는 경영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매출 규모만 보면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는 비교가 무색한 '다윗과 골리앗' 격이지만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고 내수불황이 깊어지는 국면에서 유통업계 전체가 경쟁 상대일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온라인쇼핑몰과 소셜커머스 등을 상대로 가격 전쟁을 선포한 데는 이같은 우려감이 도사리고 있다. 생존까지 위협할 만큼 심각해지는 고객 이탈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마진을 포기하고서라도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겠다는 배수의 진인 셈이다.

대형마트는 첫 상품으로 소셜커머스의 핵심 상품인 기저귀와 분유 등 육아용품을 정조준했다. 이마트는 기저귀를 18일부터 온·오프라인 전체 채널 최저가로 판매한다. 대상 상품은 하기스 매직팬티 박스형(대형 92개 2만8,500원/특대형 76개 2만9,600원)과 마미포코 360핏 팬티 박스형(대형 72개 1만8,500원/특대형 54개 1만7,200원)으로, 가격은 이마트 매장과 이마트몰 모두 동일하다. 경쟁 마트에 비해서는 최대 35%, 소셜커머스들보다도 최대 15%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롯데마트, 홈플러스, GS샵, CJ몰, 현대H몰, 쿠팡, 티몬, 위메프 등 8개 온·오프라인의 가격을 조사해 최종 판매가를 결정했다. 앞으로도 이들 업체의 주간 가격을 파악해 상시 최저가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마트 측은 "일부 업체가 적은 수량을 최저가로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해 가격 질서를 흔드는 관행에서 탈피해 정상적인 가격 경쟁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은 1주일간 각 5만여 개를 준비했으며, 일시적인 품절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품절제로보상제' 상품으로 지정했다. '품절제로보상제'는 품절로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을 경우 행사 가격으로 구매를 보증해주는 제도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위주로 소셜커머스 업체의 비중이 특히 높은 상품 중 이마트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는 품목을 골라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이마트가 가장 좋은 가격으로 상품을 살 수 있는 유통업체임을 각인시키고 소셜커머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상품에 대한 경쟁력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기저귀를 시작으로 최저가 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이날부터 분유 상시 최저가 판매에 들어간다. 남양 임페리얼 XO (800g, 3입) 3단계를 5만5,600원에, 4단계는 5만6,600원에 판다. 이는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유통채널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라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 송승선 유아용품부문장은 "아이를 키우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분유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며 "추후 조사를 통해 계속 저렴한 가격으로 유아용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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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창고형 할인매장이 대형마트의 차세대 동력으로 쑥쑥 크고 있다. 대형마트 매장이 최근 수년간 역신장 늪에 빠진대신 박리다매로 할인율을 높인 창고형 매장이 불황기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사진), 롯데마트 빅마켓 등 창고형 할인매장은 지난해 기존점 기준으로 각각 8.6%, 13.7% 신장했다. 2014년 각각 6.7%, 10.8% 성장에 비해 신장폭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역신장을 이어간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특히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의 매출을 합하면 모든 점포 기준으로 성장세가 28.3%나 됐다. 이처럼 '불친절한 매장'으로 통했던 창고형 매장이 뜨는 것은 관리비 등을 줄여 할인율을 높이고 다양한 병행수입 상품을 선보이며 불황기 알짜 구매 통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물품을 창고 형태에 박스 진열해 비용을 줄이는 한편 묶음 판매를 통해 초특가를 실현한다. 특히 대형마트가 직접 해외 상품을 병행수입해 등 저가에 선보이는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한 직매입 작업도 활발하다. 실제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샤오미 로드쇼,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로드쇼 등을 진행해 직수입 상품 매출을 40% 이상 끌어올렸다.

치솟는 인기 속에 창고형 할인매장도 진일보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말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이마트는 미래형 마트인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에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를 동시에 입점시켜 고객 층을 확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타운에 트레이더스가 입점하자 통상 도시 1개를 배후상권으로 삼는 창고형 매장의 고객 지형이 경기 북부 일대로 커졌다"며 "한 때 한국에서는 안통한다며 외면받았던 창고형 할인매장이 깊어지는 소비불황기에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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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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