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필수건강검진 한번도 안받은 영·유아 8만

일곱차례 무료 검진 제공하지만 예약 절차 번거롭고 검사 부실

검진 꺼리는 부모들 상당수 서울 미검자 비율 10%로 최다

"출장검진 등 운영방식 개선… 아동학대 여부 조사 나설 필요"


생후 32개월짜리 딸을 키우는 김지숙(32·가명)씨는 얼마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문을 받고 인근 소아과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문진표에 써야 할 항목도 많고 키와 몸무게 점검 등 단순한 내용들 위주여서 굳이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이후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에서 일곱 차례 무료로 제공하는 영·유아 필수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아동이 전국적으로 8만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무관심이 주원인이지만 영·유아 검진제도 부실 운영과 아동 학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13년 영유아 건강검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검진 대상 영·유아 107만4,015명 중 7.5%(8만783명)가 단 한 번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시행령,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영·유아는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 일곱 차례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생후 18개월과 65개월 사이에는 세 차례의 구강검진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검사는 의사의 문진과 신체계측(키·체중·머리둘레 등), 발달 평가와 상담, 건강교육, 구강검진으로 이뤄지며 대부분 30분 안에 끝난다.

하지만 영·유아 무료 검진에 소극적인 부모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 지역의 영·유아 건강검진 미검자 수는 1만8,937명에 달해 미수검자 비율이 10.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미검진율 9.3%), 충남(8%), 경기(7.8%), 광주(7.4%)도 미검진 아동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부모들의 무관심과 함께 번거로운 예약 절차와 부실한 검사도 영·유아 건강검진을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의료기관의 66%가 예약을 해야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자들이 영·유아 건강검진에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검진기관의 무성의한 검진'이 61%로 가장 많았고 '검사 항목의 부족'이 18%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맞벌이 부부 증가, 공휴일 검진 기관 부족, 홍보 미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영·유아건강검진의 경우 한 해 635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검진을 7차까지 한 번도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원인을 조사해 부실 운영을 따지고 출장 검진도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경찰과 협조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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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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