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유가만 바라보는 금융시장

이란, 산유량 동결 지지에 국제유가 5% 이상 뛰자 美·日 증시도 일제히 환호

동조화 현상 갈수록 뚜렷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주가와 유가 간 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기업수익이나 경제지표·통화정책보다는 오히려 유가의 향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아시아 증시 상승도 유가가 이끌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 중국 상하이지수 등 아시아 주요국 지수는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충격으로 폭락장세를 연출했던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이날 1월 수출입이 급감했다는 악재에도 2% 넘게 오르며 그동안의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간만에 증시에 단비가 내린 배경에는 유가가 있다. 석유수출 재개에 나선 이란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카타르·베네수엘라 등 주요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등했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5% 이상 올랐다. 중동발 훈풍이 미국을 거쳐 아시아 시장까지 불어닥친 셈이다.

유가와 주가는 통상 경기침체기에 연관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올해 첫 20거래일간 S&P500지수와 북해 브렌트유 가격 간 상관관계가 0.97로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 움직임이 유사하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이는 주가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심리가 주가와 유가에 영향을 미쳐 두 변수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불안심리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유가가 심리에 영향을 미쳐 주가를 움직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하락이 불안심리를 확산시켜 주가를 떨어뜨리는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4개국 감산 합의에 대한 이란의 지지를 계기로 유가가 반등하자 주가도 동반 상승한 것은 이런 연결고리가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소재 NN인베스트먼트의 팔렌테인 판니우엔하위전 대표는 "공포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이 저유가의 긍정적 측면을 외면하고 오직 유가에만 휩쓸리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문회사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유가 변동성이 줄면 저유가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브라질 등 자원 부국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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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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