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경제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불확실성·비관론 점철된 시기… 통화공급 늘려도 돈 돌지 않아

효과없는 곳에 재정 낭비 말고 시장참가자의 '저축' 독려해야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의기양양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그것이 그렇게 잘한 일인지 의아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린 사람에게 오히려 이자를 지급하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금융 질서가 아님을 삼척동자도 안다. 그만큼 지금 세계 경제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운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과연 그런 정책을 가지고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제로 금리 정책이 통상적이지 않다고 한 때가 먼 옛날이 아닌데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 도처에서 도입되고 있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일까.

물론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탈피해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고 그 결과 경기가 나아지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요즘 저금리 정책이 시중의 유동성을 증가시키지 못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상황인 것 같다. 통화 공급을 증가시키더라도 자금이 회전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자금이 순환하지 못하는데 저금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미국에서마저 상황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세계 경제가 처한 난국을 짐작하게 한다.

백약이 무효한 지금 상황은 세계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비관론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수중에 자금이 많아도, 또 아무리 많이 빌릴 수 있어도 미래가 비관적이면 누구도 투자하거나 소비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비관론이 정책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언설이 필요하지 않다. 미래가 어려울 것 같은데 누가 지출을 하려 한다는 말인가.

그런 면에서 어떤 정책이든 효과는 시장의 평범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정책의 효과가 있으리라고 낙관적으로 기대할 때에만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시카고대의 석학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정책을 도입할 때 시장 참가자들이 그 정책에 어떻게 반응할지까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위 루카스 비판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이론은 어떤 이론보다 지금 상고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경제 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제 정책의 효과는 일반 경제 주체들이 그 정책이 유효하리라고 생각할 때에만 효과가 있다.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계속해 내리는 것이 무슨 효과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오히려 재정을 긴축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자율을 올려 저축을 증가시키는 것이 효과가 있지 않을지 말이 안 되는 상상을 해보기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비관론 근저에는 과도한 채무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이고 저축을 증대시킴으로써 시장 참가자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낙관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보는 것이다. 참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제언이지만 그만큼 앞이 캄캄하다는 말이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과 비관론이 팽배한 시기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팽창적 재정 정책을 펴려거든 효과 없는 곳에 재정을 낭비하지 말고 연구개발(R&D)·창업·교육투자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이자율은 계속해 내리는 것보다 적정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저축의 유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모든 시장 참가자가 고통을 각오하는 것만이 지금의 난국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최선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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