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신산업으로서의 농업 가능성

규제 완화, 기업과 상생 통해 '스마트팜' 전문경영체 키우고

6차 산업화로 체질 개선 땐 농업, 미래신산업 자리 잡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장관 취임 이후 매주 주말을 이용해 현장을 다니고 있다. 농업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국내외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우리 국민의 삶도 차츰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장은 마치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에서 틸틸과 미틸 남매가 파랑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과연 우리 국민이 바라는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17일 개최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새로운 투자기회이자 미래 성장동력이 될 만한 다양한 신산업이 보고됐다. 스포츠·헬스케어·공유산업 등과 함께 우리 농업이 주요 분야로 다뤄졌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 확대로 우리 농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하지만 과거 식량 부족문제 해결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자리였다. 물론 도심의 고층건물 각층에 재배 시설을 갖추고 작물을 생산하는 아파트형 농장인 수직농장(vertical farm)·바이오에너지 등의 미래첨단 산업은 농업에서 유래하는 산업이다. 또 2014년에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오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 농업이 신산업으로서 다뤄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차 산업화,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및 수출 확대 등에서 성과사례가 나타나면서 대안으로 농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구조와 수익성이 낮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농업에 대한 투자 감소와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돼 투자 활성화를 통한 농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수립해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생산·가공·유통·관광 등을 포괄하는 지역 단위 6차 산업 시스템 구축을 통한 농업의 체질 개선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우리 농업을 경쟁력 있는 구조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즉 특정 품목의 생산을 조직화·첨단화해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다양한 가공·유통산업 발전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 전략품목은 해외시장을 개척해 수출하고 농업·농촌자원을 문화상품화해 고부가가치 농촌관광을 활성화하자는 구상을 담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 농업 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 개선과 기업과의 상생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민간의 자본, 인력 및 기술을 유입시켜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6차 산업 인증자가 생산·가공·판매·체험·음식·숙박 등의 포트폴리오를 창의적으로 조합해 사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하는 농촌융복합시설제도의 도입이나, 새만금·화옹지구에 농업계와 기업이 상생 협력해 첨단화된 수출농업전문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농지이용 규제 등을 완화하는 것도 이러한 구상에 따른 것이다.

회의 도중 중국으로 우리 쌀을 수출한 업체의 대표가 "중국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저렴한 식품이 아니라 비싸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며 우리 쌀이 가격은 4~5배 비싸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발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우리 농업도 첨단화·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농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농업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스마트 팜'으로 무장한 전문경영체를 육성하고 6차 산업과 배려 농정으로 농업의 체질을 개선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농업·농촌이 미래 신산업으로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농업·농촌이 가진 일터·쉼터·삶터로서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찾고 있던 파랑새를 농업·농촌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