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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굽혀야 편안? 척추관 협착증 의심을

<건강면, 톱 사진>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려 오래 걷지 못할 경우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 한방병원 의료진이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 약침치료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척추뼈 속 구멍 좁아져 신경 압박… 허리통증은 물론 다리까지 저려

증상 심하면 서있기조차 힘들어 체중감량·스트레칭으로 예방을

발병 초기 2~3주 안정취하면 개선… 견인·초음파 등 물리치료와 병행

재발 땐 신경통로 확대 수술 고려… 약침 등 비수술 한방요법도 도움


은퇴 후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최준식(65·가명)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느껴 한방병원을 찾았다. 진통제를 먹으며 참아왔지만 50m도 걷기 어렵고 잠을 편히 잘 수도 없어 급기야 병원을 찾은 것이다. 당연히 "허리 디스크겠지"라고 생각했던 최씨는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의아해 했다.

흔히 척추질환이라고 하면 허리 디스크를 떠올리지만 허리 디스크 못지않게 최근 늘고 있는 척추질환으로 척추관 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허리 디스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허리 통증은 물론 다리까지 저리고 아파 많이 걷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척추뼈 속에는 신경(척수)이 지나가는 둘째 손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을 척추관이라고 한다. 이 구멍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좁아져서 그 속에 있는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꽉 죄기 때문에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저리게 된다.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관이 좁은 선천적 협착증도 일부 있지만 나이에 따른 노화현상인 퇴행성 척추관 협착증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몸이 노화되면서 척추와 디스크에도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척추관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조직들도 점차 비후돼 신경 구멍이 점점 좁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허리 디스크가 교통사고 등의 외부 충격으로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파열되면서 생긴다면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로 주로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척추관 협착증인지 허리 디스크인지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허리를 구부려보는 것이다. 허리를 굽히기 힘들다면 허리 디스크일 가능성이 크고 허리를 굽혔을 때 오히려 편안하거나 통증이 감소된다면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척추관 협착증이 심할 경우에는 허리를 숙이고 구부린 채 걷는 것이 편하다. 또한 허리 디스크 환자가 단단한 바닥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단단한 바닥에서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의 경우 대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그러다가 잠시 바닥에 앉아서 쉬어야 한다" "다시 걷기 시작하면 또 아파서 오래 걷지 못한다" 등의 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신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의 증상은 매우 특징적이어서 환자가 호소하는 것을 듣기만 해도 거의 대부분 해당 질환임을 알 수 있다"며 "오래 서 있거나 한참 걸으면 허리에서부터 다리까지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이상하게 아파오면서 다리 전체가 터질 것같이 아프거나 저려서 더 이상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경우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걸으면 증상이 나타나다가 쉬면 없어지는 증상을 의학용어로는 '신경성 간헐적 파행(跛行)'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척추관 협착증의 의심증상으로 볼 수 있다.

협착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걷는 시간도 점점 짧아져 초기에 약 30분 정도 가다가 아파서 쉬어야 하던 것이 20분, 10분, 5분, 1분으로 줄고 나중에는 앉아 있다가 서기만 해도 아파서 주저앉아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단순 X선 촬영, 척수조영술, 척추 컴퓨터 단층촬영(CT), 척추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등을 이용해 진단한다.

발병 초기에는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다. 약 2~3주간 안정하면 초기의 가벼운 협착증인 경우에는 대개 호전된다. 안정을 취할 때는 더운 찜질, 초음파 치료 또는 견인장치 등의 물리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심한 경우 진통제 등을 복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안정치료나 물리치료 등과 같은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수술치료의 경우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협착증이 있는 부분의 척수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수술치료가 꺼려진다면 한방병원 등에서 시행되는 비수술 치료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 한방에서는 주로 한약·추나요법·약침·침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김하늘 자생한방병원장은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협착된 척추관 주변에 염증이 발생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며 "한약과 약침요법은 압박된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빠르게 가라앉혀 통증을 진정시키고 손상된 주변 근육과 인대 조직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양방의 물리치료와 비슷한 추나요법은 척추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자체를 넓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거나 증상 악화를 막으려면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아야 하고 가벼운 물건도 바닥에 있는 것은 허리를 구부려 들지 말고 반드시 앉은 자세에서 몸과 물건을 밀착시켜 하체의 힘을 이용해 들면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등 같은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서 있거나 누워 있을 때보다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훨씬 크므로 오래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주 일어나 잠시 걷다가 다시 앉거나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을 덜어주기 위해 체중 감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수영과 자전거 타기, 가벼운 걷기 등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년층의 경우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나 조깅·골프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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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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