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인구 5만 태평양 '마셜제도' 한국의 10대 수출국 되다

■ 수출 불황의 아이러니

글로벌침체에 전체 수출 줄고 조세회피지역 선박발주 늘어

멕시코 제치고 10위시장 등극

선박수주 줄면 마셜제도 수출도 급감 우려



인구 5만여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마셜제도공화국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출대상 국가의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크면 우리의 수출액도 당연히 많다. 인구 13억명의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1위 시장이고 인구가 3억명인 미국은 2위다. 12억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도 우리나라 수출 7위 시장이다. 하지만 강원도 태백시와 비슷한 인구에 국내총생산(GDP)이 2억달러에 그치는 마셜제도는 조세회피지역이라는 특성에다 다른 주요 국가들로의 수출이 줄면서 생긴 '수출 불황' 탓에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 국가로 떠올랐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마셜제도 수출액은 74억9,5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2011년 우리 수출국가 가운데 27위였던 마셜제도의 순위는 2012년 19위, 2014년 15위에 이어 지난해 10위까지 올라왔다. 인구 5만명의 섬나라에 수출한 금액이 인구 2억5,000만명인 인도네시아(12위)와 1억2,000만명의 멕시코(11위)보다 많은 셈이다. 마셜제도로 들어가는 주요 수출 품목은 선박이다. 마셜제도는 파나마·라이베리아·버뮤다 등과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 많은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마셜제도에 법인을 설립한 후 선박 발주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마셜제도에 61억달러어치의 화물선을 수출했다. 석유화학제품과 가전 등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액이 9.4%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선박(0.6%) 수출은 소폭 늘었기 때문에 마셜제도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수출 불황도 마셜제도의 순위가 상승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특히 유가가 폭락하면서 10위권에 속한 주요 수출시장으로 수출이 줄어 마셜제도의 순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수출 11위 국가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2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16위 수출국이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불안 영향으로 영국(21위)도 20위권으로 밀려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마셜제도에 대한 수출마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셜제도 수출은 사실 지난해 7% 줄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저유가로 지난해 세계 무역액이 11.8% 위축되면서 교역도 줄어 주요 선사들이 선박 인수를 늦췄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 없는 화물선은 인건비가 싼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수주를 많이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수주한 선박은 총 262척인 데 반해 중국은 우리의 두 배에 달하는 452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마셜제도로 인도된 선박은 2~3년 전에 따낸 계약이다. 현재 우리 조선업체들은 '수주 가뭄'을 겪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00일 가까이 선박 수주가 없다. 수주가 줄면 2017년 이후에는 마셜제도 같은 섬나라로의 수출마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만드는 도크(dock)를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적게 남는 화물선이라도 수주해 팔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중국이 화물선을 더 많이 수주하고 있어 마셜제도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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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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