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정부가 1,300억 달러를 손에 넣은 방법

패니메이 Fannie Mae와 프레디맥 Freddie Mac 주주들은 두 기업이 막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던 순간, 갑작스러운 정부 규정 변경으로 권리를 모두 잃고 말았다. 현재 일부 투자자들은 이 명백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막대한 보상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BY Roger Parloff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 사상 가장 암울했던 2008년 금융위기 시절의 이야기는 대부분 2012년 일단락됐다. 하지만 필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 때부터 시작된다.

주택시장은 2011년 바닥을 친 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악몽은 끝난 것 같았다. 업계 입장에선 다시 한 번 ‘미국의 아침’이 밝은 셈이었다. ‘대마불사’의 신화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던 기업들도 연방 구제기금을 전부 혹은 거의 다 갚은 상황이었다. 주가는 회복됐고 주주들은 기뻐했다.

제이피 모건 체이스 J.P. Morgan Chase, 웰스 파고 Wells Fargo(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기금이 각각 250억 달러), 시티그룹 Citigroup,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각각 450억 달러의 구제기금을 받았다)와 같은 대기업들을 비롯해 파생상품으로 만신창이가 된 거대보험사 AIG(구제기금 1,820억 달러) 등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주택금융의 강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주주들도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각 연방전미저당협회(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연방주택대출저당회사(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의 약칭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정부지원기업(GSE)인데, 그 구조가 좀 특별하다. 인가는 연방정부가 하지만, 소유권은 민간이 갖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08년 이들 기업을 보전관리하기로 결정한 후, 1,875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두 기관은 이 계획에 따라 잘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2012년 1분기를 흑자로 마쳤고, 2분기에는 총 80억 달러라는 놀라운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점부터 10일이 지난 2012년 8월 17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도 불분명한 어떤 이유로 미 재무부(Treasury Department)와 두 기업의 보전관리기관인 연방주택기업감독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모두 동일한 정부의 하위 기관이다-이 두기업이 이미 받은 구제기금 상환조건을 갑자기 변경하기로 한 것이었다.

지원한 구제기금의 10%를 배당금-분기당 47억 달러-으로 받는 대신, 두 기업 전체 순가치(net worth)의 100%를 배당금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맞다. 정확히 100%였다. 이는 두 기업이 달성한 이익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정해진 기한도 없었다. 사실상 주주들이 내쫓긴 것이었다. 정상화 궤도에 막 올랐던 두 기업이 국유화된 꼴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변경사항은 ‘제3 수정조항’이라고 불렸다. 명칭은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제3 수정조항’의 엄청난 여파는 2013년 1월 발효 즉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기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 기업이 이익을 내자마자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이 재무부의 손아귀에 들어간 셈이었다.

‘제3 수정조항’이 발효된 후 현재까지 미 정부 곳간에는 10%의 배당금을 받는 기존 조건에 비해 1,290억 달러가 더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두 기업은 지원 받은 1,875억 달러(원래 합의 내용의 일부였던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895억 달러)에 대해 약 2,400억 달러를 상환했다. 아직 원금 및 10%의 이자를 완전히 ‘변제’하진 못했지만, 갚아야 할 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줄어든 게 아니라)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 지금까지 상환된 금액 중 단 한 푼이라도 원금 1,895억 달러를 변제한 것으로 인정돼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단지 배당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두지 않았고, 그 결과 원금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두 기업이 파산하면, 정부는 1,895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우선권을 보장받고 있다. 기업 청산 시 최소 330억 달러에 대해 선점권을 가지는 우선주 주주들보다도 순위가 앞서 있다.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진다는 걸 믿지 못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우선주 수백 만 주를 보유한 여러 보험사와 페어홀름 Fairholme 뮤츄얼 펀드의 변호를 맡고 있는 척 쿠퍼 Chuck Cooper는 “내 기억으론 정부가 민간소유 기업 두 곳을 이런 방식으로 국유화한 전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페어홀름과 여러 펀드업체, 보험사, 그리고 수천 명의 개인들이 현재 정부를 상대로 10여 건의 소송을 낸 상태다.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 최소 5곳에 이 소송들이 계류 중이다. 소송 내용은 미국 정부가 정당한 보상 없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모두 지난해 포춘 500대 기업으로 각각 17위와 42위에 이름을 올렸다-을 국유화한 것은 불법 혹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소송에 걸린 금액-33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와 1,300억 달러에 달하는 부당한 배당 지급-때문에 역대 최고액의 법정소송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에 위치한 로펌 쿠퍼 앤드 커크 Cooper & Kirk의 변호사 쿠퍼는 관련 소송 2건을 직접 진행하면서 1건에 대해선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보전관리자의 역할은 하나”라며 “그건 바로 관리 중인 조직을 재활시키는 것이다. 정상화하는 것이지 영원히 잡아두고 보전관리자 스스로에게 혜택이 되도록 그 이익을 거머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절대 보전관리자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국유화 논란은 헌법 측면에서 큰 사건이 될 수 있는-한국전쟁 때 해리 트루먼 Harry Truman 대통령이 진행한 제강소 국유화 시도에 버금가는-문제다. 과거의 정부 상대 소송 중 중요성 측면에서 유사한 사례를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쿠퍼는 1930년대의 금약관(gold-clause) 소송 정도라고 말했다.

대공황이라는 긴급상황에서 프랭클린 루스밸트 Franklin Roosevelt 대통령과 의회가 부채상환을 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계약 조항을 철폐시켜 제기된 소송이었다(대법원은 대체로 이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제3 수정조항 관련 소송을 신성불가침한 헌법적 원칙에 대한 심각한 법적 다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론 막대한 부를 지닌 기회주의적 펀드 매니저들과 미국 정부가 벌이는 한판 승부이기도 하다. 이 다툼은 정치권까지 그 여파가 번지면서 주택금융개혁 관련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보수진영 내 분파간 갈등까지 깊어지고 있다.

이 사안에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펀드 매니저들이 중심에 있다. 제3 수정조항이 그저 법적으로만 중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엄청난 투자 기회이기도 하다. 제3 수정조항이 사실상 정부지원 기업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투자자들은 이를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해당 수정조항의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지원 기업 주식을 싸게 사들인 후, 법정에서 수정조항 위법 판결을 받으면 주가 회복을 통한 ‘대박’을 잡을 수 있다.

상어가 피로 몰려들듯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경우, 자신들이 매입하기 전에 국유화 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불평을 토로했다. 쿠퍼가 변호하고 있는 페어홀름-브루스 버코위츠 Bruce Berkowitz가 설립했다-은 2013년 5월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우선주 총 1억 2,000만 주를 사들였다. 약 7억 달러를 내고 액면가 34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인 것이었다.

빌 애크먼 Bill Ackman의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도 2013년 말 두 정부지원 기업의 일반주 10%를 매입했다. 유명 헤지펀드 인사인 억만장자 칼 아이컨 Carl Icahn과 존 폴슨 John Paulson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행동주의 펀드 매니저들은 자본재편 및 회복을 통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예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그들은 이를 ‘자본재편 후 방출(recap and release)’이라 부른다-정책입안 논쟁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두 기업의 주식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CNBC, 블룸버그 TV, 찰리 로즈 Charlie Rose가 진행하는 유명 토크쇼, 언론기고 등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충돌은 매우 치열하다. ‘자본재편 후 방출’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애크먼의 예상으론 자신이 약 4억 달러에 매입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일반주 가치가 5년 후 최대 80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다수의 공익단체들까지 ‘자본재편 후 방출’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단체 대부분은 펀드 매니저와 관련이 없지만-한 단체는 랠프 네이더 Ralph Nader가 이끌고 있다-불투명한 비영리단체 관련 공개 규정 때문에 어떤 단체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식스티 플러스 60Plus라는 이름의 보수 연장자 단체가 160만 달러를 들여 2014년 봄 TV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해체를 가능케 할 초당적 개혁법안을 지지하는 상원의원들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광고는 해당 개혁법안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분야의 오바마케어(Obamacare for the mortgage industry)’라고 비판했다.

제3 수정조항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의도치 않았던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심장에 말뚝을 박겠다고 벼르던 보수파 사이에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쿠퍼 자신이 이러한 현상을 상징하고 있다. 그는 잘 알려진 공화당원으로 동성결혼 금지법안 존치나 총기소유권리 옹호 등의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현재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텍사스의 공화당상원의원 테드 크루스 Ted Cruz는 한 때 쿠퍼의 로펌 동료였다).

쿠퍼는 피터 월리슨 Peter Wallison의 친구이기도 하다. 월리슨은 미국에서 정부지원 기업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민간은행의 잘못을 부추긴 정도가 아니라 주범이었다고 끊임 없이 주장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쿠퍼는 법무부 내 법률 고문단(Office of Legal Counsel)을 이끌었으며, 스스로 레이건 대통령의 주요 헌법 변호사로 활동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월리슨은 재무부에서 근무했고, 후에 백악관 고문으로 활동했다.

대다수 보수파는 여전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최대한 빨리 무력화시키길 원한다. 예컨대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위원단은 제3 수정조항 관련 소송을 터무니 없는 시도라고 계속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선이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골수보수파들은 정부지원 기업 자체보다 기업 탈취를 더 증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택금융정책 논쟁에는 소송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걸려있다. 미국에선 자가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중산층으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역사적으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이러한 자가주택소유를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기업에겐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유동성과 주택 구입 가능성을 제고한 공로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저당권을 매입, 이를 주식으로 묶어 암묵적인(현재는 ‘명시적’으로 강화됐다) 정부 보증과 함께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들은 미국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기반이자 미국 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조기상환 가능 30년 고정 담보대출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존슨-크레이포 앤드 코커-워너 Johnson-Crapo and Corker-Warner 법안으로 알려진 대범하고도 복잡한 초당적 협의안을 지지해왔다. 이 법안은 많은 사람들이 정부지원 기업의 태생적 문제라고 여기는-수익은 민간 소유가 되고 손해는 국가가 책임지는-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2차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대한 정부지원 기업의 독점을 종식시키고, 암묵적인 정부 보증을 좀 더 제한적이고 명시적인 형태로 바꿔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법안의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보전관리가 시작되고 7년이 흘렀지만 정부지원기업들은 여전히 표류하는 상황이다. 자본 보유고가 줄어드는 데다가 출구전략도 없는 실정이다. 보이지 않게 위기가 곪아가고 있다.

포춘의 필진으로 활동한 바 있는 배서니 매클레인 Bethany McLean은 최근 ‘셰이키 그라운드 Shaky Ground’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간과된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펀드 매니저들을 옹호했다. 그녀는 코커-워너 법안에 대해 “어떤 투자자는 ‘기존 고속도로 하나를 골라 이를 해체하고 바로 옆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새 고속도로도 제 역할을 할지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입안 방식이 이상한 것도 사실이다.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 기회를 포착한 후, 스스로에게 유리한 논리-자신들의 투자가 대박을 치도록 해줄 때, 미국은 더 나은 국가가 된다-를 소급적으로 구성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회까지 당파싸움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제3 수정조항에 대한 정부 논리는 스스로 ‘데스 스파이럴 Death Spiral’이라 부른는 현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정부관료들이 법정 소송에서 방어 진술을 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법무부 검사들과 주택기업감독청 및 재무부 대변인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재무부의 랜들 드발크 Randall DeValk가 지난해 4월 아이오와 주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Charles Grassley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 내용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정부지원 기업들 스스로가 ‘가시적인 미래 추가 지원 없이는 10%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발크는 ‘이 신규 지원금으로 인해 정부지원 기업들이 자금조달 상한선에 가까워졌을 것이며, 또 다시 지불불능 상태가 유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하기 직전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예상이 그렇게 크게 빗나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역대 최대 이익이란 것 자체가 일회성 회계조정으로 인해 가능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예상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2013년까지(아마도 그 이전에도) 정부지원 기업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입은 손실 대부분-정부지원기업들이 재무부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아야만 했던 원인-은 장부에만 존재하는 손실이었다. 회계사들이 과도하게 부정적 전망을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경제전망이 밝아질 경우 일반회계원칙(GAAP)에 따라 번복될 부분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정을 통해 패니메이는 2013년 1분기 장부에 590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은 이를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헤지펀드업체 페리 캐피털 Perry Capital이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2013년 말 감독청 직원이 그렇게 진술했다). 쿠퍼는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의 주장을 믿지 않고 있다. 페어홀름 펀드가 제기한 소송을 통해 밝혀진 원고측 변호사들의 법정 발언 때문이다. 그 내용은 재무부와 연방주택기업감독청 관계자들의 문서와 증언에서 나타나는 정부 주장이 여러 측면에서 ‘오해의 소지가 높거나 명백한 거짓’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언론에(심지어 고객에게도) 어떤 문서와 증언이 이를 뒷받침 하는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의 매거릿 스위니 Margaret Sweeney 판사가 정부 명령에 따라 해당 내용을 대중에 공개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황스럽게도 법무부가 해당 정보-현재 3년에서 8년이 걸리는 대규모 공익 관련 판결에 관해-를 공개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초래되고 ‘미국금융시장을 망칠 수 있다’고 판사를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스위니 판사의 허가를 받아 밝혀낸 내용(여전히 비공개다)을 직접 진행하는 관련 소송 담당판사들에게 밝힐 수 있었다.

정부는 모든 소송에서 ‘정부지원 기업이 구제기금을 거의 모두 ‘상환’할 수 있다고-혹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상상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드발크는 그레슬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무부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게 단순하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며 ‘기업의 안정성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이 있던 시기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 신뢰도를 얻고자 수천 억 달러의 구제기금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4년 9월 소송 초기에 승리를 거뒀다. 워싱턴 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Royce Lamberth 판사는 페리캐피털 소송과 여타 4건의 소송을 기각했다. 판결 내용에 따르면, 보전관리자가 의회로부터 위임 받은 광범위한 권한 내에서 행동했고, 강력한 규제 하에 있던 정부지원 기업의 주식은 헌법 용어로 ‘국유화’할 수 있는 자산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보전관리 자체가 원고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이미 ‘무효화’했다는 것이다.

해당 소송은 이제 워싱턴 항소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다른 소송들이 아이오와 주 및 켄터키 주 연방청구법원과 연방지방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이 법정 다툼은 수 년간 지속되다가 대법원까지 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추락을 거듭하던 주택시장이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 Bear Stearns의 몰락을 유발시켰던 2008년 3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최고 규제 책임자였던 제임스 록하트 James Lockhart는 낙관주의적 분위기를 널리 전파하고 있었다. 그는 정부지원 기업에 대한 특정 규제를 완화, 해당 기업들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신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록하트는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나는 구제금융이 난센스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부지원기업들은 안정적이고 탄탄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2개월 후 패니메이는 74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했다. 테네시 주 루동Loudon에 거주하던 짐 브릴랜드 Jim Vreeland와 그의 아내 판도라 Pandora는 이 중 6만 5,000달러 어치를 매입했다. 당시 61세였던 브릴랜드는 뉴저지 주 몬트빌 타운십 Montville Township 경찰로 복무하다가 은퇴한 인물이었다. 2008년 모친이 사망하며 유산을 조금 물려받은 그는 와코비아 Wachovia 브로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브로커에게 “이자율이 좋고 안정적인 것을 찾고 있다”며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당시를 기억했다. 그가 들은 대답은 “패니메이 우선주가 제격”이라는 것이었다(1985년부터 당시까지 패니메이는 매년 흑자를 기록했으며, 프레디맥도 이익을 내지 못한 해가 없었다).

브릴랜드는 주당 25달러에 4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 때 아내 판도라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정 아버지 대신 신탁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신탁금을 위해 2만 5,000 달러 어치의 주식을 매입했고, 이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을 아버지 요양원 비용으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운 정부부처의 수장으로 임명된 록하트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청산관리(receivership) 할지, 아니면 보전관리(conservatorship) 할지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두 방식은 상당히 다른 것이다. 청산관리는 부실기업을 청산하는 것이 목적이고, 보전관리는 기업 정상화를 시도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회복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났다.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가 쓰러지기 일주일 전, 록하트는 주택시장의 거대기업 두곳을 보전관리 대상으로 결정했다. 그 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해당 법적절차가 “부실기관의 안정화를 통해 정상적인 사업경영이 가능하도록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 다음 날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기업감독청과 재무부는 정부지원 기업들과 함께 구제금융의 조건을 결정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각 기업은 재무부에 최상위 우선주를 발행했다. 파산을 막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두 기업은 지원받은 금액 대비 10%의 배당금을 빚지게 됐고, 이는 분기별로 상환할 수 있었다. 재무부는 국민들이 낸 세금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각 기업의 일반주 79.9%를 주당 명목가격 0.00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았다(널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매입 규모를 80% 미만으로 유지한 것은 기업들의 자산 및 부채 5조 달러를 정부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국가부채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후에 주주 측 변호사들은 “권리 보장 조항이 일반 주주들에게 더욱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곤했다. 정부가 결국에는 기업의 ‘자본재편 후 방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이는 회생하게 될 두 기업에 큰 가치를 부여했고, 민간 주주들과 세납자들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게 만들었다. 사실 정부지원 기업이 회생하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주체는 정부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제3 수정조항은 완전히 이상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보이스 실러 앤드 플렉스너Boies Schiller & Flexner의 파트너이자 우선주 및 일반주 주주들의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해미시 흄 Hamish Hume은 “혹시 정부가 배당금 10%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존 계약에 명시돼 있다. 바로 일반주 80% 매입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짜로 우유를 얻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소를 훔치려는 것일까?

보전관리 기간 동안 두 기업의 주식 거래는 허용됐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의 자료에 따르면, 주주들이 ‘주식의 금융적 가치 관련 모든 권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다른 권한들은 ‘보류(suspended)’됐고 배당금은 ‘제거(eliminated)’됐다. 브릴랜드 부부의 우선주 거래 가격은 폴슨이 법률 제정을 요청했던 7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전관리가 시작된 다음 날 거래 가격은 주당 14달러에서 3.50달러 미만으로 폭락했고, 12월에는 1달러에도 못 미쳤다. 패니메이의 배당금-브릴랜드 부부가 투자했던 유일한 이유-은 사라져버렸다. 단지 4개월 먼저 매입했다는 이유로 압류 전까지 배당금을 한 번만 받을 수 있었다.

브릴랜드는 인터뷰를 통해 “힘없는 사람에겐 너무 큰 손실이었다”고 말했다. “내 노후를 책임질 돈이었다.” 그래도 브릴랜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원상복구 해줄 것이라 믿었다”며 “거의 정부기관이나 다름 없는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짐은 이들 기업이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재기에 성공해 투자자들을 돌봐줄 것”이라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런 확신을 가진 사람은 브릴랜드만이 아니었다. 테네시 주 프랭클린 Franklin에 위치한 캡웰스 어드바이저 CapWealth Advisors의 CEO 팀 패글리아라 Tim Pagliara는 “모든 문서를 다 읽어봤다. 정부의 대응이 지나쳤다고 느꼈다”며 “두 기업이 결국 다시 일어설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지원 기업의 우선주는-당시 거의 모든 은행 주식처럼-저렴했고, 그래서 자신도 매입했으며 고객 중 276명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페리 캐피털처럼 매우 철저한 투자업체들도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은 수년 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2010년 12월, 판도라는 아버지의 패니메이 우선주를 주당 56센트에 매각했다. 2만 4,874달러를 투자해 단돈 520달러를 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브릴랜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8월이 되자 연방주택기업감독청과 재무부는 제3 수정조항을 발표해 주가 하락세를 가속화시켰다. 주당 2.35달러였던 브릴랜드 소유의 주식은 55% 하락해 1.05달러가 됐고, 하루가 더 지나자 86센트까지 떨어졌다.

페어홀름 뮤추얼 펀드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브루스 버코위츠는 제3 수정조항을 처음 읽었을 때, 당시 저널리스트였던 매클레인에게 “오타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매클레인의 저서 ‘셰이키 그라운드’에는 이와 관련된 그의 발언이 조금 더 들어있다. 버코위츠는 이렇게 썼다. “옳지 않은 일이다. 이건 금융위기 때 돈을 갚지 못해 주택의 80%를 압류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힘들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더니 ‘와, 당신이 해냈군’이라는 말 대신 ‘이제 100%를 압류하겠다’라는 말을 듣는 격이다.”

황금 같은 기회를 포착한 버코위츠는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우선주를 2013년 5월부터 매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펀드업체들까지 몰려들면서 주가가 올랐다(이 같은 투기 덕분에 브릴랜드는 2014년 3월 주당 10.40달러에서 12.70달러 사이에서 주식을 처분할 수 있었다. 원금 4만 달러 중 거의 1만8,000달러를 회복했다. 물론 배당금은 영원히 잃고 말았다).

그 후 버코위츠는 척 쿠퍼를 고용해 제3 수정조항을 무효화시켜 달라고 의뢰했다. 2013년 7월 쿠퍼는 페어홀름을 대신해 2건의 소송을 냈다. 하나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다른 하나는 연방청구법원에 제소했다.

쿠퍼는 누가 봐도 이런 의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듀폰트 서클 Dupont Circle 근처 뉴 햄프셔 애비뉴 New Hampshire Avenue의 웅장한 타운하우스에 자리 잡은 13명의 변호사 집단은 ‘국유화’ 소송을 포함한 정부 대상 소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국유화 관련 소송은 ‘사유 재산을 합당한 보상 없이 공적 사용 목적으로 국유화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5조를 근거로 한다).

부드러운 앨라배마 억양으로 말하다가도 가끔씩 배심원이 최종 변론하듯 열변을 토하는 쿠퍼는 1996년 대법원에서 미국 정부 대 윈스타(United States v. Winstar) 소송을 승리로 이끌며 이 분야로 들어섰다. 1980년대 저축-대부 위기를 통해 제기된 이 소송은 특정 규제 관련 회계 허점을 겨냥해 병약한 기관들을 인수했던 건실한 저축은행들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인수 후 몇 년 만에 해당 회계 혜택이 의회에 의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법정 소송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미 정부가 주주들로부터 수십 억 달러를 도둑질했다는 순수 ‘국유화 탈취’ 소송은 정부가 유발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그 외 소송들은 제3 수정조항을 무효화시키고 그 영향을 되돌려놓는 법정명령을 원하고 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이 주택 및 경제 회복법으로 얻은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한가지 예이다.

원고들이 느끼는 부당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으로 ‘탈취’를 정한 것은 적절했지만, 이 소송들은 승소하기 힘들거나 큰 이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제3 수정조항이 발표된 후 주식을 매입한 원고들(페어홀름, 퍼싱 스퀘어 등)에게 국유화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또 기업들의 주가가 제3 수정조항 발표 즈음에 이미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패니메이 일반주는 2012년 8월 16일 주당 30센트에 불과했고, 수정조항 발표 후에 겨우 6센트 하락했다-법정에서 국유화를 인정해도 그로 인한 피해 규모는 인색하게 평가될 수 있다.

반면 제3 수정조항이 연방주택기업감독청 권한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을 받는다면, 원고 측 변호사 다수는 재무부가 10%의 배당금 이상으로 지급된 1,300억 달러 가량을 구제자금에 대한 원금상환으로 인정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두 기업은 자본 재축적과 정상 운영이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론 주식 가치가 회복될 것이다.

의회에선 정부지원 기업에 대한 대체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한 논쟁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 오바마 행정부 최고 관계자들은 ‘자본재편 후 방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정부가 나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퍼뜨린 것으로 보이는 소문-정부가 생각을 바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일축한 것이었다.

테네시 주 공화당 상원의원 밥 코커 Bob Corker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적으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독립시키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정부지원 기업 주주들에게 악감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 개인에겐 권리가 있고, 우리가 했던 어떤 일도 그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법정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때가 올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연방정부가 이 기업들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전혀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매클레인은 정부가 처음부터 두 기업을 보전관리 상태에 둘 생각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녀는 “전쟁의 포화속에서 이뤄진 일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건 내게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제3 수정조항은 평화롭고 행복한 시기에 나온 것이다. 계산된 결정이란 뜻이다. 이 결정을 뒷받침하는 핑계는 앞뒤가 맞지 않고 사실도 아니다. 정부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크게 분노할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녀의 말은 맞다. 그리고 법은 냉소적인 사람들이 가끔 생각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옳지 않을 때도 있다. 본능이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는 보전관리 대상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 직전이었다. 그럴 때 주주들을 몰아낸 보전관리자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이 이를 묵인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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