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제사절단 CEO들이 말하는 이란] "한국, 對이란 투자 中·日보다 뒤처져"

■ 아마드 자말리 이란투자청 국장

외국기업들 미팅 요청 쇄도… 한국 미적대면 시장 놓칠수도

건설·제조업에만 관심 말고 금융·운수 등서도 기회 찾아야

이란 투자처 국장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세계 각국이 대이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투자 순위에서 이미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현지에서 나왔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이란 시장 공략에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마드 자말리(사진) 이란투자청 국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테헤란 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유럽·중국·일본·인도 등이 이란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데 한국은 이미 뒤처지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더 지체되면 이란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재정경제부 산하 이란투자청에서 외국인 투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자말리 국장은 "올해 이란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5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기업들도 이란을 단순히 수출 대상 지역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불과 2년만 지나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기업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기업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란투자청에서는 이란에 대한 외국 기업의 뜨거운 러브콜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자말리 국장은 "10분 단위로 사람을 쪼개 만날 정도로 미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란투자청에는 푸조·피아트·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담당자들과 투자 상담을 벌이고 있었다.

이란 정부는 이 같은 열기를 활용해 투자를 가려서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먼저 투자하라'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글로벌 기업들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경제제재를 받던 때처럼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파는 위탁생산이나 단순 수출사업은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이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이란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수차례에 걸쳐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열기가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그는 "포스코 정도만이 투자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을 뿐 삼성·LG·현대차 등은 아직 이렇다 할 문의가 없다"며 "독일과 프랑스 가전업체들이 이란에 들어오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몇 년 뒤에는 삼성과 LG가 이들에게 1등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투자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도 내놓았다. 한국 기업들은 건설·제조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외에도 금융·보험·운수·신재생에너지 등 투자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이란에 진출해 현지 기업에 대출하거나 한국 보험회사가 이란 보험회사와 손잡고 합작기업을 만드는 방안도 얼마든 생각해 볼 수 있는 투자 형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말리 국장은 이란이 다시 핵 개발에 나서 제재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헤란=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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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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