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계 첫 4세시대 연 두산, 경영능력 입증책임 무겁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재계 12위의 두산그룹이 본격적인 4세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창업 4세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은 2일 열린 이사회에서 창업 3세인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차기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아 이달 말 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국내 대기업에 첫 '4세 오너 경영자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과 달리 기업 역사가 짧은 우리 풍토에서 4대까지 경영권이 이어지는 것은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오랜 전통대로 승계작업을 잡음 없이 단행한 것도 최근의 여러 불미스러운 사태에 비춰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업재편 과정을 주도하는 등 나름의 경영능력을 평가받고 있지만 이제야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칭송받던 두산의 명성을 되살려 작금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진정한 능력을 입증해야 할 때다.

두산가는 경영권 승계를 지켜보는 사회의 시선이 따갑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남다른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국민은 단순한 부의 승계를 넘어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등불 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의 행보에 따라 4세 경영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두산의 위기가 곧 한계상황에 내몰린 한국 경제의 축소판이라는 절박감으로 성장정체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가업승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능력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승계해오면서도 경영권 분쟁은커녕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다. 능력을 입증한 후계자에게만 기업을 잇게 한다는 철칙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가업의 본질을 꿰뚫고 탁월한 혜안을 갖춘 경영자가 많아져야 기업도 살고 우리 경제도 번창할 수 있는 법이다. 국민이 3, 4세 경영자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사회와 소통하며 세계무대에서 앞서가는 경영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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