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상습보험사기·금액 크면 가중처벌… 年 5조대 보험사기에 철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등 주요 금융개혁 법안 본회의 통과

잇단 조직화·흉포화로 중대범죄 떠올라

발의 2년6개월만에 빛 봐… 업계도 환영

대부업 최고금리 상한 27.9%로 낮아지고 기촉법 적용 대상도 모든 기업으로 확대


경기도 소재 A병원은 경영이 어려워지자 실손보험 가입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입원 기간이나 진료 내용을 부풀려 청구하기 시작했다. 면역제 투약이나 고주파 온열치료 횟수를 늘려 청구하고 암환자를 소개해준 브로커에게는 건당 1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최근 A병원의 보험 사기 행각이 적발되기 전까지 A병원이 28개 보험사로부터 받아낸 부당 보험금은 무려 52억원에 달했다.

보험사 및 선량한 보험 계약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조직화·흉포화하면서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로 떠오른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한 특별법이 3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험 사기 추정 금액이 연간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자 2013년 8월 발의된 지 2년6개월 만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보험 업계는 "보험 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보험 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져 보험 사기를 노린 불량 계약이 줄고 생명을 노리는 중대 범죄도 감소할 것"이라며 "보험 업계 입장에서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환영했다.

이날 통과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일반 사기와 보험 사기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간 보험 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10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졌으나 앞으로는 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상습 보험 사기범과 보험 사기 금액이 클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고 보험 사기가 의심될 경우에는 보험사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수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사기는 보험 회사의 경영 악화와 계약자 보험료 증가, 공보험 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진다"며 "또한 범죄 특성상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조직화·지능화·국제화하고 있어 경종을 울려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금 청구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가 청구하는 보험금이 많으면 보험 사기로 집중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과 함께 대부업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서민금융생활지원법·전자증권법·전자금융거래법 등 주요 금융개혁 법안들이 함께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말 일몰되면서 경제적 취약 계층을 고리 사채의 위험으로 내몰았던 대부업 최고 금리 상한선이 부활하는 동시에 종전 34.9%에서 27.9%로 낮아졌고 기촉법 적용 대상은 2018년 6월까지 기존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다. 또 서민 자금 공급 기능을 통합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대부분 원안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등은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법체계 간 조화 등을 위해 일부 자구가 수정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법의 임원 보수 공개 적용 시점은 당초 '법 시행 후 최초로 제출되는 사업보고서'에서 '2018년 반기보고서'로 변경됐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 거래소 지주회사 구조 전환 부분과 은행법 개정안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 등은 이번 회기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하위 법규 정비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법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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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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