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은행원들 '방카 스트레스'

수수료율 50%까지 떨어지자 은행마다 영업확대 압박 거세져 고충

스트레스 직장인

시중은행 직원 김모씨는 요즘 보험 상품을 은행창구에서 파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의 '방카'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수료 수익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방카 관련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압박을 가하면서 실적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김씨는 "예·적금에 가입하러 온 고객에게 공시이율이 높다는 이유로 저축보험 상품 가입을 권하지만 높은 판매 수수료와 복잡한 상품 구조를 감안하면 고객에게 진짜 이득이 될지 의문"이라며 "저축성 상품 대비 수수료율이 더 높은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하라는 압박도 더해져 갈수록 힘에 부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보험사로부터 받는 방카 관련 수수료율이 올 들어 떨어졌지만 비이자 부문 수익 비중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방카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업 압박이 심해질 경우 대출 승인을 미끼로 각종 금융 상품을 끼워파는 이른바 '꺾기'나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보험 상품을 판매해서 보험사로부터 받는 방카 수수료율이 올 들어 일제히 인하됐다. 애초 보험설계사(FC) 채널 대비 방카 판매 수수료율은 7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60%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는 50%까지 내려간 것. 이는 3년 전 금융위원회가 가입자 해약환급금 및 만기환급금을 높이기 위한 조치의 결과다. 이에 따라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의 방카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4년 3,585억원에서 지난해 3,470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카 수수료 인하로 일선 지점 창구 직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각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을 감안, 수수료 수익 목표를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자동입출금기(ATM)나 계좌이체 등 고객 저항이 심한 수수료는 손을 대기 힘든 만큼 비교적 손쉽게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방카 부문에 압박이 계속 가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 일선 지점의 여신담당 직원은 꺾기 문제 때문에 방카 상품을 권할 수 없지만 몇몇 영업점에서는 여신담당자들에게도 보험 판매 주문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판매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사실상 지점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영업점 일각에서는 창구 직원의 무리한 보험 영업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 은행 측은 아직까지 은행의 보험계약유지율이 설계사 채널과 비교해 높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 대형보험사의 13회차 보험계약유지율(보험 가입 후 13개월째까지 보험료를 낸 계약 비율)의 경우 설계사 채널은 89.6%지만 방카 채널은 95.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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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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