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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졌다

인간이 졌다

인간이 컴퓨터 앞에 충격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물론 수학자, 컴퓨터공학자, 프로그램개발자 등이 연합한 것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계 최고 바둑 챔피언을 꺾었다는 소식에 세계가 경악했다. 이세돌 9단이 경기 전 우위를 점쳤던 것과 달리 구글의 인공지능 소트프웨어 알파고에 참패를 당하면서 과연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구글 측은 인공지능의 승리를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에 비유하며 앞으로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외에도 게임, 의료, 법률, 교육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해 앞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에서 오후 1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첫 번째 대국에서 이 9단은 알파고에게 186수 만에 불계패했다. 불계패란 바둑에서 집 수의 차이가 많은 것이 뚜렷해 계가(집 수 계산)를 할 필요 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날 알파고가 백을, 이 9단이 흑을 잡았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인 중국인 판후이 2단에게 5대 0 완승을 거두며 인간 프로기사를 이긴 최초의 인공지능이 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역 바둑 최고수마저 꺾었다. ★관련 기사 2,3,16,20,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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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승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우리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세돌에게도 존경을 표시한다”라고 적었다.

이날 대국은 중반까지는 팽팽한 접전이 이뤄졌다. 이 9단이 장기인 변칙 수로 초반에 승부수를 띄우고, 알파고도 공격적인 전략에 나서며 백중세를 보였다. 하지만 알파고가 경기 중반 이 9단이 잡은 우변 흑집에 침투하는 강력한 승부수를 띄우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장고를 거듭하던 이 9단은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결국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이번 대국은 알파고가 중간중간 대국 판세를 읽어 의표를 찌르는 기습을 하고, 이 9단의 공격에 역시 공격으로 맞대응하는 전략까지 선보이며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과거의 기보 데이터를 분석해 수를 두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의 수를 읽고 대응하는 프로 바둑기사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분석 데이터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대국 결과가 알파고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양준·김지영기자 mryesandno@sed.co.kr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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