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가라앉는 'TPP'

美 경선서 '보호무역' 돌풍… 발효 물 건너갈 듯

"클린턴 미시간 패배는 FTA 탓"

후보들 승리 위해 反TPP 외칠듯

현·차기 정권 의회 비준 가시밭

미국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돌풍이 거세게 불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유권자들의 반(反)TPP 정서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차기 정권에서도 미 의회의 TPP 비준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날 미시간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 당한 예상 밖의 패배는 유권자들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분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TPP 등 경제 이슈에 대한 '좌클릭'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북부의 미시간주는 지난 1992년 북미자유협정(NAFTA·나프타) 체결 이후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쇠락한 대표적 공업지대, 즉 '러스트벨트(rust belt)' 가운데 하나다.

클린턴 전 장관도 후보 경선에 들어가면서 TPP 합의안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나프타는 일자리 킬러였고 TPP도 미 경제에 재앙을 부를 것"이라면서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시절 TPP가 '골든스탠더드(황금기준)'라며 찬성했다는 점을 물고 늘어져 이번 역전에 성공했다. 나프타도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 체결됐다.

더구나 다음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의 오하이오·일리노이주와 4월5일의 위스콘신주도 러스트벨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전 장관도 민주당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TPP 반대 입장을 더 명확히 할 공산이 높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러닝메이트로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당초 거론되던 줄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 장관 대신 셰러드 브라운 오하이오 상원의원 같은 자유무역 회의론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재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TPP 비준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공화당 의원들도 연내 의회 통과에 소극적이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모든 대선주자들이 TPP 발효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나프타마저 재협상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TPP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로이터는 "지난 20여년간 진행된 무역자유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앞으로 수년간 TPP 비준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 2월 12개국 각료들은 TPP 협정문에 공식 서명하며 국회비준 절차를 끝낸 6개 이상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전체 회원국의 85%를 넘을 경우에만 우선 발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GDP 비중은 각각 60%, 18%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일본마저 농민 등의 반발로 내년 TPP 발효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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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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