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파트 10 곳 중 7곳이 관리비 횡령하고 있다니

정부가 10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비리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회계장부와 실제 현금 흐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이 별다른 증빙 없이 관리비를 갖다 쓰는 일도 다반사였다. 조사 대상 429개 아파트단지의 72%에 달하는 312곳에서 관리비 횡령 등 온갖 비리가 난무했다. 조사에서 적발된 것만도 1,255건에 이를 정도다.

그동안 알려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 할 만하다.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파트 관리 통장에서 자신의 개인계좌로 16차례에 걸쳐 3억7,000만원을 이체하기도 했다. 이런 형태로 원인이나 정당한 증빙서류가 없어 부정사용 의심이 드는 관리비가 20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관리자금 1,500만원을 부녀회에서 맡아오다 임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들도 모자라 관리사무소장까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제멋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비리가 만연한데 회계자료가 투명할 리 없다. 외부회계감사 의무 대상인 300가구 이상 단지 중 19.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5곳 중 1곳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입주민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이 정도다. 전국 공동주택의 전면 실태조사가 불가피하다.

아파트가 비리의 온상이 된 데는 사적 자치영역이라며 공동주택을 비리 사각지대로 방치해온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작지 않다.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 또한 비리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첫 실태조사를 계기로 연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감독기관에 제출·보고하도록 하는 등 외부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라니 기대된다. 감사방해 행위 등에는 반드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관리비를 내는 입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에 대해 감시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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