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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첫승] 알파고 의문의 수 연발… '인간' 이세돌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중앙 약점 보강 안한채 좌하귀에 이해못할 '끼워넣기'

이세돌은 두 귀 점령하면서 좌우변 집 마련 '실리작전'

알파고 11수까지 2국과 동일… "승리패턴 일정" 의혹

제4국 총보 <180수 끝> 백 불계승

● 알파고 ○ 이세돌 9단

사본 -44


기계와의 싸움에서 처절한 패배로 일관하던 인간이 카운터펀치를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뻤던 걸까. 알파고가 불계패를 선언한 순간 대국장에 모여 있던 관전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외쳤다. 그동안의 세 차례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던 차에 거둔 1승인 만큼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분석하면 이세돌 9단이 잘 둬서 이겼다기보다는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연달아 둬 스스로 패배당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완벽한 승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 9단과 알파고의 제4국을 요약하면 기계의 오작동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날 대국은 중앙에서 벌어진 최대 승부처에서 알파고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를 거듭 두면서 미세하나마 흑에게 유리하던 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중앙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알파고가 마치 사람처럼 기세로 백을 밀어붙여 선착의 효가 충분했다. 알파고는 초반 흑29로 백의 두점머리를 두드렸으며 이 9단은 끊을 수도 있었지만 곱게 받아줬다. 백50으로 중앙을 향해 머리를 내밀며 상변 대마와의 연결을 시도했을 때 알파고는 다시 한 번 세점머리를 두드리며 백을 강하게 압박했다. 두점머리와 세점머리를 두드린 것은 수읽기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9단도 이를 의식한 듯 신중하게 착점했다.

중앙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나온 흑97은 그 누가 보더라도 의심할 수 없는 손해수다. 백이 98을 둬 끼운 흑 한점을 잡고 보니 그 자체로 2집을 벌었고 약간의 두터움마저 얻었다. 관전자 모두를 경악하게 한 수는 흑101로 1선으로 내린 수다. 보통의 경우라면 흑은 우변의 백 열점의 수를 줄이면서 우상변에 집을 지어야 마땅하다. 알파고는 대신 1선으로 늘어 백이 1선에 놓고 잡도록 했다. 이로 인해 백은 나중에 우상변에 침투하는 맛을 얻었고 끝내기로도 1집은 벌었다. 팻감도 없앴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파고의 1선 착점은 자해수 수준이었다. KBS 대국 해설자인 박정상 9단은 '바둑의 신'이 둔 수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수라고 지적했다.

이후 백은 중앙에서 흑을 끊어놓은 백 한점을 두점으로 키우며 상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백 대마를 살려 나왔고 오히려 좌변 흑 대마를 공격하는 자세를 만들어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 알파고는 세 불리를 의식한 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마치 상대방을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장고를 거듭해 제한시간을 물쓰듯 쓰기도 했다.

알파고가 후반 좌변 백에 잡혀있던 흑 한점을 두 점으로 키운 데 대해서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백 대마 전체를 노린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9단이 이에 대해 반발하지 않고 받아줘 결과적으로 약간 당한 것은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다면 문제의 한수로 지적받을 수였다.

애초 알파고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는 끝내기였지만 막상 대국에서 보인 끝내기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여러 장면에서 손해수를 둬 백168의 시점에서는 돌을 거둬야 할 정도였다. 이 9단이 하변 흑집 쪽으로 한 칸을 뛴 상황에서 알파고가 메시지를 보내 불계패를 선언했다. 계가까지 갔다면 적어도 예의는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받을 뻔 했다.

알파고의 이상 흐름이 4국을 지배했다고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수를 찾아 나선 이 9단의 용기도 대단했다. 이 9단은 이미 3패를 당해 이번 매치에서 패배를 확정했지만 기계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부딪혀 승리를 거머쥐었다. 중앙 전투에서 어느 모로 보나 불리한 상황에서 흑78의 끼우는 묘수로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 9단은 승리를 만끽해도 될 것 같다. 또 한 번의 인간승리를 향한 최종 5국은 하루를 쉬고 15일 같은 장소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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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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