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레이건의 연설과 통일 데자뷔

정석화 미국 유타대 건축구조공학 교수

정석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연기자였다. 그의 역사적인 브란덴부르크 연설은 아직도 미국인들 가슴에 깊이 새겨져 고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암송하는 구절이 돼 있다.

"존경하는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더불어 동 서독을 가로지르는 벽을 허물어뜨리는 이 위대한 역사적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을 미국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

그는 직업연기자로 시작한 경력이 있지만 그 경력을 기반으로 성공한 정치가였다. 또 연기자이면서 정치가였다. 그래서 그의 연설은 특별히 국민들의 가슴 깊이 파고드는 호소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 위대한 대통령 뒤에나 옆에는 항상 부인 낸시 여사가 조연하듯 있었고 부부 간의 사랑은 세기의 연인관계였다는 자타공인의 고백이 있었다. 그 낸시 여사가 지난 6일 94세를 일기로 남편 곁으로 떠났다는 소식은 잊었던 20여년 전의 역사와 더불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고 사람들은 그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연설, 그것은 1987년의 일이다. 반세기 동안의 냉전시절에는 피비린내 나는 한국전쟁의 비극이 있었고 3차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단호한 조치로 소련의 쿠바 진입을 해군력으로 막아낸 결단도 있었다. 또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을 태운 인공위성이 있었는가 하면 인간이 달 표면에 착륙해 껑충껑충 뛰듯이 걷던 것이 모두 이 냉전시대의 일이다. 소련은 이미 군비증강에 온 국력을 소모해버리고 경제가 파탄돼 붕괴 직전 단계에 있었다. 과학자들을 독려해 개발한 외계 항공기술을 응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방어 시스템 구축에 국력을 소모했다. 소련이 제작한 SS-20 등 원자탄을 적재한 미사일에 대비한 전략방어체제(SDI)를 레이건 행정부가 설립했다. 그 후 얼마 안 돼 소련은 붕괴됐고 미국의 방어 시스템도 대통령이 갈릴 때마다 조직이 바뀌어 구조조정되면서 오늘날까지 미국 방어의 주력이 돼왔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미사일 SS-S-6/SS-NX-13 기술을 북한에 전수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 같은 역사 얘기는 어쩌면 지금의 남북한 대결과 너무도 흡사하다. 몇주 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대다수 국가들의 반대가 있었고 북한을 세계에서 완전히 격리 봉쇄하자는 유엔 결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경제 문제로 각 정당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내걸고 있는 때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 정부도 20여년 전과는 전혀 다른 고립된 세계적 환경에 있다. 중국도 러시아도 외면한다.

이제 낸시 여사의 부고를 듣고 새삼 레이건 대통령의 여러 업적에 대한 미국인들의 추억을 되새긴다. 냉전의 극한대립 끝에 브란덴부르크 연설이 나왔듯이 남북이 통일돼 우리 민족의 행복과 번영을 이루는 제2의 브란덴부르크 연설을 우리 대통령이 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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