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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앞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부터 수평선 너머의 작은 언덕들까지 뒤덮은 분홍빛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림 오른쪽으로 허둥지둥 뛰쳐나가는 검은 옷의 사나이다. 동시에 왼편에는 벽에 기대 대화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검은 옷의 사나이가 마치 이 평화로움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 모리스 드니(1870~1943)는 '나비파'의 대표 인물이다. '나비'는 히브리어로 예언가라는 뜻이며 나비파의 그림은 흔히 '상징주의'로 분류된다. 드니는 "회화는 자연의 순수한 재현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어야만 하고 내용과 형식을 통해 의미가 부여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의 공포를 겪은 드니는 자연에서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인간 존재를 섬세한 감수성으로 표현한 이른바 '정서적 풍경화'를 즐겨 그리며 전쟁 이전을 그리워했다. 이 그림은 작가가 자주 그렸던 브르타뉴의 해변 풍경과 닿아 있다. 단순화한 대상 표현과 어두운 윤곽선의 사용이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드니는 사랑했던 아내 마르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지난 1921년에 이 그림을 그렸다. 작품에서 빛이 난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태양처럼 눈부신 하얀 구름 때문일 것이다.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은 오는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립니다. 1588-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