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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부실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하지만 동시에 채권기관 사이의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구조조정에 참여해본 적 없는 채권기관도 구조조정에 참여하게 되는데다 반대 채권단의 권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기업구조조정팀과 금융팀은 최근 '제5기 기촉법'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분석을 내놓았다. 기촉법은 채권단이 가진 기업의 채권액 가운데 75%만 찬성하면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내용. 채권단의 100% 찬성이 필요한 자율협약보다 신속하게 부실기업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기촉법은 한시법이라 올해 말로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경제 사정을 고려해 2018년 6월 30일까지 효력이 있는 제5기 기촉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협약채권단 범위에 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 금융회사나 연기금, 공제회까지 포함했다. 이들 기관이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거부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동안 공제회 등은 비협약 채권단으로서 협약 채권단의 합의 사항에 따를 의무가 없었다.
대신 개별 채권기관의 권한도 강화됐다. 이번 개정으로 개별 채권기관은 모든 협의회 의결 사항에 반대할 수 있다. 기존에는 채권단이 새로운 신용공여를 결정한 경우에만 채권단 전체의 결정에 반대할 수 있었다. 채권기관이 채권단 의결에 반대할 경우 다른 채권기관을 상대로 자신의 채권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조정위원회와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협의 시작 단계에서도 한 채권기관이 75% 이상의 채권을 가진다 해도 채권단의 5분의 2가 동의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규정도 생겼다.
박현욱(사진) 태평양 기업구조조정팀장은 "이번 개정안은 채권금융기관들의 권리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수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그만큼 효율적인 경영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은 5기 기촉법 아래에서는 주채권 기관의 설득 기능 강화와 신규 채권단의 준비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이제 주채권은행은 주요 의결마다 다른 채권기관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새로 진입하는 소규모 금융기관은 경험이 없는 만큼 불필요한 갈등이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진입 단계부터 법적 검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