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조달 개선책 보호보다 경쟁에 초점 맞춰야

정부가 부실납품과 나눠먹기 관행이 판치는 공공조달 시장에 메스를 들이댈 모양이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태스크포스(TF)는 중소기업의 참여기간에 제한을 두거나 품목 대상을 별도로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조달은 한해 114조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중소기업들이 안정적 거래처라는 점에 편승해 시험서류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미리 짜고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등 숱한 문제를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일선 군부대에서 부실급식으로 곤욕을 치르고 관공서 제품에 하자가 많다는 하소연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만의 경쟁구조에 머무르다 보니 소수 기득권 업체들이 보호막에 안주해 신기술 개발이나 해외판로 개척을 게을리하는 역효과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행 공공조달은 과보호정책이 어떻게 시장을 망치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그런데도 이런 보호막에 너도나도 끼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판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별도 지원법까지 만들겠다고 나섰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나 중견기업들까지 제 몫을 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규 유망기업은 변변한 납품실적조차 확보하지 못해 해외 수출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조달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혁신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본연의 취지대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마땅하다. 불필요한 보호막을 걷어내고 경쟁영역을 넓혀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만약 고용 우수기업같이 이런저런 예외를 허용한다면 또다시 변칙이 판칠 게 뻔하다. 객관적인 검사기관에 맡겨 단 한번이라도 부실·허위사실이 적발되면 납품자격을 영원히 박탈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정부가 보호막을 치면 칠수록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후퇴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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