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온실가스 감축 정책 보완 서둘러야

발전원 믹스론 목표 달성 어려워 온실가스 적은 원전 증설이 답

건설에 최소 8년 걸려 시한 촉박… 8차 전력수급계획 논의 시작을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장문희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올해 1월 초 디스커버리채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극한상황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와 만년빙하가 줄어드는 알래스카 현장을 찾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린 것이다. 교토의정서 비준에 반대했던 미국이 지난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신기후체제)에 동참한 후 기후변화 대응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경제규모 13위, 수출 6위, 전력소비량 10위, 온실가스 배출 7위. 세계에 랭크된 우리나라의 위상이다. 우리는 오는 2030년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국내에서 25.7%를 감축하고 국제탄소시장에서 11.3%의 감축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030년 BAU를 보면 총배출의 87%를 에너지 분야가 차지한다(에너지경제연구원 예측).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2차산업 비중은 3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마른걸레 짜기라는 것이다. 국제탄소시장은 어떨까. 아직 시장자료는 없지만 배출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돈(경제력)보다 강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수 있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신기후변화체제 대응전략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한다. 2030년까지는 14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제탄소시장 전망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국내의 에너지 생산(발전)과 소비(산업·수송 등) 분야에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저소비형 신산업 구조로 바꾸고 친환경에너지 공급을 확대한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저에너지 산업구조로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 우선 주력할 것은 친환경에너지 공급이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년)과 7차 전력수급계획(2015년)은 발전원(源) 믹스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계획된 믹스정책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 같은 발전량을 생산할 경우 원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량(CO2로 환원)은 석탄발전의 약 1%, 석유발전의 약 1.3%에 불과하다. 2030년 발전 분야의 BAU는 3억4,000만톤일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25.7%인 8,700만톤을 줄여야 한다. 8,700만톤의 온실가스는 100만㎾ 석탄발전소 약 12기에서 배출되는 양이다. 만일 석탄발전소를 100만㎾ 원전 12기로 대체한다면 온실가스의 양은 87만톤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전기 가격도 크게 낮아진다.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다.

발전원 믹스정책을 원전증설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 2030년 약속까지 남은 14년은 짧다. 원전건설은 8년 이상 걸린다. 원전건설에 갈등이 있다고 해서 발전정책을 여론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정책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발전원은 가치중립적으로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 여론을 따랐다가는 높아질 에너지 가격, 온실가스 감축의무 불이행, 삶의 질 하락이라는 3중고를 맞을 수 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최상위 수준을 다투는 원자력기술이 있다. 많은 국민은 앞으로도 한동안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에너지는 교육·안보 등과 더불어 국가 백년지계를 다투는 분야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 천년지계에 해당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8차 전력수급계획도 지금부터 서둘러 고민해보자. 훌륭한 정책이 만들어져도 이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윤택한 우리 삶을 지속하려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전 지구적인 문제풀이에 기여하면서 실익도 챙기는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은 원전폐기가 아니라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라는 것이다. 여론이 반드시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장문희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