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썸타는만남 A to Z] '일기 쓰고 엔터만 잘 쳐도 시가 된다?' SNS에서 시쓰는 한 남자 이야기

“10평 남짓한 작은 방에 누우면 온갖 불안과 걱정이 밀려와 며칠 밤을 샌 적도 있어요. 그때마다 나에게 가장 흥미롭고 마음 편한 게 뭘까 생각했죠.”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또래 친구들과 ‘고전시조’를 개사해 장난치면서 ‘글 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정처 없이 방황도 했다. 어렵게 입사한 직장은 2년 만에 때려 치웠고 호주로 훌쩍 떠났다가 마치 ‘선물처럼’ 찾아온 꿈을 품고 다시 돌아왔다. 요즘 소셜미디어(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판 이태백’ 이환천(30)의 이야기다. 마치 사이다처럼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그를 서울경제썸이 만났다.








▲네이버 및 페이스북에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연재하고 있는 SNS 시인 이환천씨▲네이버 및 페이스북에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연재하고 있는 SNS 시인 이환천씨


안녕하세요. SNS와 포털에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시인 이환천입니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고전시조’를 장난삼아 개사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시 쓰기에 재미를 붙여 제 미니홈피에 올렸는데 주위의 반응이 좋더라구요. 2014년 6월에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개설했고, 2015년 3월부터 네이버 에디터로 소속돼 꾸준히 연재하고 있어요.

▲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연재되어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 모음▲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연재되어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 모음




프리랜서 직업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함, 부담감이 항상 있어요. 특히 유명 제약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다가 소속이 없어지니까 저보다 가족들이 더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했죠. 게다가 처음에는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일을 말할 때도 괜히 부담스럽고 힘들었어요. 제가 글 쓰는 일을 하지만 소위 시인이나 소설가, 칼럼니스트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제 일이 자랑스럽고 재미있습니다.



제 모토는 항상 ‘재미있게, 즐겁게 하자’예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장 웃긴 아이하면 모두가 저를 찾았고, 스스로도 남들을 재밌게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어요, 마치 개그맨처럼.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어딜가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어요(웃음).



매주 금요일마다 한 편씩 연재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어요. 우선 일상생활 속에서 겪었던 경험, 이야기 중에 공감대가 높은 소재를 정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에 쭉 적은 다음에 임팩트 있게 줄이는 방식으로 쓰고 있어요.



제 콘텐츠를 잘 살펴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 힘듦에 대한 직설 혹은 비꼼이 많아요. 웃으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라는 의미거든요. 기존 시인들이 함축적이고 심오한 의미를 담아서 쓴다면 저는 다른 ‘재미’에 초점을 맞춰서 쓴다는 것이 다른 점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엔 디지털화되어서 그냥 문장을 컴퓨터로 타이핑하면 아무나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직접 종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저만의 정체성을 만들었어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담겨 있으니 정감이 가지 않나요?(웃음)



얼마 전에 한 독자분이 제 글을 보고 “이번 편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한번 써봤어요.” 라며 패러디 시를 써서 메일로 보내줬어요. 그럴 때면 뿌듯하기도 하고...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시니까 기분이 무척 좋죠.



저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 유도를 해서 체육교사가 되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임용고시 경쟁률이 너무 높아 꿈을 접고 제약회사의 영업사원 생활을 2년 정도 했어요. 그러던 중 문득 꿈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났지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북에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 글에 주목하면서 어느 날 한국의 한 출판사에서 출판제의 연락이 온 거예요. 그 순간 ‘이건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어 8개월 만에 호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책을 발간했죠. 지난 2015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레진코믹스라는 만화 콘텐츠 회사에서 웹툰 연재도 했어요. 제 20대 청춘을 되돌아보면 방황의 연속이자 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일하니까 항상 수입이 불안정하죠. 그래도 글 쓴 지 올해 딱 1년 됐는데 그동안 웹툰 연재, 네이버나 페북 연재, 책 출판해서 매달 일반 직장인 월급 수준인 200만원대를 벌었어요. 저는 지금의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수입이 불안정하니까 마음 한편으론 불안하죠. 그래서 최대한 꾸준하게 콘텐츠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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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의 메인 작가분이 페이스북을 보다가 우연히 제 작품을 보고 프로그램 녹화 2주 전에 합류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서 이번 달부터 SNL 시즌7 제작팀의 방송 작가로 합류해 활동하게 되었죠. 제 원래 성격과 프로그램 색깔이 잘 맞는 것 같아 매주 대본을 쓰고 녹화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이 경험을 토대로 어른들을 위한(?) 19금 시도 써보고 싶어요.



작품 해설: 현재 서울에 사는 거주민으로서 ‘경제’가 어렵다는 생각과 갑작스러운 미션 제시로 난관에 부딪힌 제 당혹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웃음).



저의 숨은 조력자는 ‘고향 친구들’이예요. 항상 힘들 때마다 부산에 있는 친구들을 보러 내려가서 같이 신나게 수다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때론 콘텐츠 소재가 떠오르기도 해요. 한때 친구들과 배달의 민족 패러디 공모전에 참가해서 최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의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가 재미있어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까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항상 자신이 흥미 있고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 ‘이환천의 문학살롱’ 페이지 구독자는 6만7,000명 정도이고, 대부분 20~30대예요. 저 역시 입시, 취업, 직장 생활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그들의 애환을 더 잘 녹일 수 있었구요. 앞으로 결혼하고 육아도 경험하게 되면 그에 맞는 소재로 콘텐츠를 준비하겠죠?



재미있는 영상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전문가들처럼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됐잖아요. ‘위트를 겸비한’ 다재다능한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서 독자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장기 목표예요. 펜과 공책 그리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올릴 수 있는 거니까요.



▲직접 경험한 것들과 주변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 등 생활의 모든  소재를 시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는 이환천씨. 언제 어디서나 분신과도 같은 전용 공책과 펜을 들고다니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직접 경험한 것들과 주변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 등 생활의 모든 소재를 시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는 이환천씨. 언제 어디서나 분신과도 같은 전용 공책과 펜을 들고다니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저는 뭐든지 직접 참여해보는 것이 취미예요. 예를 들어 제가 체대 출신이지만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는 것보다 제가 축구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한 분야에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해요. 한마디로 이것 저것 다양하게 활동해보는 것이 제가 좋아하는 놀이인 거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재미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 아니라 제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매 순간 열린 마음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Enjoy my life!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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