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봉책에 그친 면세점 이대론 시장혼란 못 막는다

정부가 말썽 많은 면세점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나름의 대책을 내놓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6일 열린 공청회에서 서울 지역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해 탈락업체를 구제하고 특허기간을 자동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부가 뒤늦게 면세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기껏해야 과거로 회귀하는 미봉책일 뿐 탁상입법이 초래한 부작용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국내 면세점 시장은 엉터리 법 하나로 쑥대밭이 된 지 오래다. 멀쩡한 면세점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길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내몰리고 신규 업체들은 해외 명품을 유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독과점 해소라는 낡은 잣대를 고집하며 오락가락 정책을 펴는 바람에 업체 피해와 시장 혼란만 부추길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개선책이 특허권에 집중돼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내부 경쟁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면세점은 내수산업이 아니라 외국인을 겨냥한 수출산업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승부가 판가름난다는 사실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은 해외 쇼핑을 줄이겠다며 19곳에 입국 면세점을 새로 짓고 일본도 사후면세점환급제도를 확충하고 나섰다. 앞서가는 이웃 국가들은 보이지도 않나.

산업계에서는 면세점 제도가 현 정부의 최대 정책실패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규제의 칼만 고집하는 바람에 면세점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면세점 난립을 걱정하기에 앞서 규제를 과감히 풀어 능력 있는 사업자라면 시한에 구애되지 않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진입비용을 지불한 곳에는 나름의 보상을 해주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한도를 폐지하고 입국 면세점, 미니 면세점처럼 혁신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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