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통법 고쳐야 하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와치 공동대표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시행 1년 5개월째에 접어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손질 여부를 놓고 찬반 양측의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의 성과를 3월에 종합점검해 오는 6월 '지원금을 포함한 전반적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도입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낮아지고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차별 등 부당행위가 근절됐다며 단통법의 현행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단통법의 취지는 좋지만 이통사 등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 등은 시장의 가격경쟁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자·통신업체들 내에서도 내수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기업 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다뤄본다.

찬성-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와치 공동대표

내수부진 등 年 경제피해 3.2조 달해

● 요금경쟁·단말기가격 인하 효과 기대이하

● 독립판매점 폐업 직격탄, 이통사만 혜택

● 요금제 단순화 등으로 통신비절감 가능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나라 통신단말기의 큰 가격 차에 따른 소위 '호갱'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용자 차별로 인한 이용자 간 상호 보조의 문제, 서비스요금 인하 및 투자 여력의 축소, 자금력이 달리는 후발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 및 시장 퇴출에 의한 유효경쟁의 저하, 그리고 통신 과소비 조장 및 자원 낭비의 증가 등의 이유를 들어 통신단말기의 지원금 규제를 대폭 강화한 단통법을 지난 2014년 10월에 시행해 이제 1년 5개월이 지났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관치경제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만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이 규제의 피해는 우선 지난해 말의 우리나라 경제성과지표에서 명백하게 나타난다.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소비부진의 원인으로 단통법을 들었다. 단통법으로 인해 소비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단말기 소비가 부진하다 보니 디플레이션 경제로 치닫는 등 경제 활성화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

한국경제개발원(KDI)의 연구에 의하면 단통법의 산업적 피해는 2013년 기준으로 6개월에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즉 연간 3조2,0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양산하는 악법이고 이것이 현실로 실현된 것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내수부진이다. 이는 단말기와 통신요금 소비만을 계산한 수치지만 신형 단말기와 관련된 액세서리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등 연관 산업 또한 만만치 않다. 이들 피해까지 계산하면 이 법안의 피해는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선 이 법이 시행되고 나서 독립적인 판매점들은 2,000여개 이상 폐업했고 단말기 유통은 이동통신사들의 직영점이나 공식대리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 결과 단통법 시행 첫해인 2015년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약 10%, KT는 적자에서 1조3,000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물론 구조조정의 이유도 있으나 이익의 대부분은 마케팅 비용의 감소에서 기인한다. 단통법이 소비자와 판매점으로 흘러가던 돈을 이통사들에 몰아주고 있는 명백한 증거다.

정부는 단말기 지원금 규제를 하면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인용한 KDI 연구에 의하면 단통법 때문에 소비자들이 못 받은 지원금을 요금할인으로 받으려면 요금이 12% 이상 낮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통신사들의 수입은 SK텔레콤과 KT는 약 0.1%, LG유플러스는 1.9% 줄었을 뿐이다. 그마저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가입자 증가가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20%로 인상한 시책 등 단통법과는 관련이 없는 정책들이 유도한 결과다. 결국 단말기 보조금이 요금경쟁으로 간다고 한 논리 또한 허구임이 증명됐다.

또한 규제당국은 지원금의 규제가 단말기 가격의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단말기 제조사는 대한민국 시장만 보고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국내 시장 때문에 출고가격을 인하한다는 것 차체가 어불성설이다.

일부 국민들과 언론은 단통법이 투명한 가격을 시장에 도입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불투명한 가격제도가 유독 우리나라에만 만연해왔는지는 따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단통법 이전에도 2000년부터 일관되게 규제당국이 이통사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단말기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거나 상한을 낮게 규제해왔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고 싶은 판매점들이 기습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는 다른 나라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이통사를 3개 이상을 놓고 고르는 나라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이는 산업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시장 개입과 관료들의 이해집단의 포로화에서 비롯된 결과로 봐야 한다. 데이터 요금제 도입과 요금제 정보의 투명화와 단순화 등 시장 친화적으로 가격의 안정화는 얼마든지 기할 수 있고 다른 나라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유독 대한민국 정부만 시장보다 더 현명할 수는 없다.

반대-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가계통신비 다시 늘어날수도… 신중해야

● 알뜰폰 급속 성장 등 소비자 선택 폭 확대

● 가계통신비 감소세 전환… 효과 더 커질 것

● 내수 활성화 위해 서민 생계비 늘려선 안돼


시행 1년 반을 맞이한 단말기 유통법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이 발단이다. 정부는 불안한 세계 경제상황을 지적하며 "내수 중심의 경기개선"을 정책 방향의 한 축으로 제시했는데 국내 소비 활성화 방안들 중 하나로 다름 아닌 단통법의 제도개선을 언급했다. 내수진작을 위해 단말기 소비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읽힌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6월까지 지원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 제시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여러 예측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법으로 극심한 이용자 차별, 출고가 부풀리기, 통신 과소비 유도 등 단말기 유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다. 흔히 단말기 지원금 지급을 규제하는 법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지원금의 공시와 게시, 소비자 기만행위 금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고액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가입강제 금지 등 단말기 유통시장을 정상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물론 소비자에 혜택이 되는 지원금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이 법이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필자 역시 법 도입 당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보면 시장에 구조적 변화들을 가져왔고 소비자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선택권 확대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단말기와 요금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선택하기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을 기회만을 쫓아다니거나 판매자가 권유하는 몇 개 대안들 중 하나를 택할 뿐이었다. 외형적으로는 많은 지원금이 제공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가격이 부풀려진 고액의 단말기를 고액의 요금제를 가입하는 조건으로 구입하도록 강요됐던 상황이었다. 그만큼 과거의 단말기 유통시장은 기형적인 판매구조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법 시행 이후 소비자는 유통점에 가기 전에도 공시된 지원금을 사업자·단말기에 따라 비교할 수 있고 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을 비교할 수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등 여러 요금제들을 비교해 자신의 사용패턴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당연하게 됐다. 법 시행에 힘입어 알뜰폰 사업자들도 급속히 성장해 선택의 폭을 더 늘려주었다.

이러한 효과는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매년 급증하던 월 가계통신비는 최근 감소 추세로 반전됐다. 통신서비스 요금의 경우 2013년 14만3,000원에서, 2014년 12만6,000원, 2015년 12만5,000원으로 줄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통신장비 비용 역시 2014년 2만4,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줄었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개별 소비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과거 많은 지원금 혜택을 누렸던 일부 소비자들 중에는 통신비가 늘어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택권 확대에 기반해 단말기 및 통신요금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평균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가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단통법의 현재 진행형적 성과에 비춰볼 때 그 제도의 개정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논의가 통신비라는 원래의 논점에서 벗어나 소비 활성화의 새 논리에 근거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가 목표하는 단말기 소비 활성화가 국내 주요 기업의 고가 스마트폰의 판매 활성화를 의미한다면 이는 단말기 할부금을 포함한 가계통신비 증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생계비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제시돼 있다. 일반 국민의 대부분이 매월 지불하는 통신비가 생계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내수 경기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수단이 일반 국민의 평균적 생계비의 증가라면 이를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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