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갑자기 화내고 산만한 이 아이, 바꾸려면…

① 부모 잘못된 훈육 때문? ② 간단한 놀이로 완치된다? ③ 약물치료는 부작용?

● ADHD 오해와 진실


유전적 요인 커… 납 성분 노출 많으면 발병 가능성 높아

부모 믿음이 중요, 칭찬 자주 해줘야… 약물치료 병행을

식욕감퇴 등 약물 부작용, 성장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아


#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는데 영호(가명)는 참여하지 않고 뒤에 서서 지켜만 본다. 같이 하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다가 10여분이 흐르고 나서야 마지 못해 함께 게임을 한다. 하지만 이내 재미를 찾지 못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2015년 4월10일)

# 영호가 보드게임을 하는 도중 친구가 자기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며 짜증을 낸다.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해 친구를 향해 가위를 던져 크게 혼이 났다. (2015년 5월22일)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작성한 학생 개인 '행동 관찰 일지' 중 일부다. 영호는 학습이나 놀이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사 지시에도 잘 응하지 않는 주의력 결핍 증상을 자주 보였다.

영호군의 담임선생님은 어머니에게 6개월여의 관찰 일지를 보여주고 병원을 찾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여부를 진단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영호 어머니는 병원 방문을 망설였다. 주변의 시선, 편견 등이 걱정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영호 어머니처럼 자녀에게서 ADHD 증상을 경험하고서도 병원 방문을 망설이는 이들이 상당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소아 청소년 ADHD 환자 10%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

초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어진다면 ADHD 증상을 완화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상당수 ADHD 아동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 적기에 올바른 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ADHD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ADHD는 부모의 잘못된 훈육 때문?=ADHD를 앓고 있는 소아 청소년은 흔히 부모의 잘못된 훈육·육아 때문에 생긴 것이라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가정 내 불화, 부모의 그릇된 양육 방식으로 인해 아동이 심한 정서적 불안을 느낄 경우 ADHD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DHD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이 많은 영향을 준다. 부모 또는 형제가 이 질환을 가진 경우 그 자녀 또는 형제(자매)가 ADHD를 앓을 가능성은 2배가량 높다.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장애로 뇌 기능이 저하돼 ADHD가 발생하기도 한다. 뇌 안에서 주의력·집중력을 조절하는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주로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테면 임신 중 흡연과 음주를 일삼은 이에게서 탄생한 아이나 출생 후 납 같은 중금속 또는 인공색소 같은 음식첨가물에 많이 노출될 경우 뇌 기능 손상을 입게 될 우려가 크다.

이소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독성물질인 납 성분이 집중력과 행동 통제에 영향을 주는 전두엽과 같은 부분에 손상을 일으키면 ADHD의 대표적 증상인 충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조사 결과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가 10배 높으면 과잉행동 점수는 3.6점 증가했고 지능에까지 영향을 줘 IQ는 7.2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DHD는 간단한 놀이치료·상담으로 완치된다?=적지 않은 이들이 ADHD를 마치 감기처럼 어린 시절 한때 앓는 가벼운 병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소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자연히 치유되는 걸로 착각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일반인 1,2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0%는 단순 놀이치료로 ADHD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DHD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약물 및 행동 치료가 꾸준히 병행돼야 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 없이 시간을 보낸 ADHD 아동들은 자라면서 학습부진은 물론 반항 혹은 품행장애, 우울증 등 여러 문제를 겪으며 사회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킬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ADHD의 치료방법은 크게 비(非)약물치료와 약물치료 두 가지가 있다. 비약물치료는 집중학습 치료와 부모·교사가 주축이 돼 아이의 사회성을 높이는 노력 등이 해당한다. 이때 부모와 교사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전폭적인 지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아동들은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을 일삼기 때문에 주변에서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며 "외려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칭찬할 거리를 찾아 가능한 한 많이 해주고 문제 행동을 지적할 때는 감정을 싣지 않고 차분하고 단순 명료하게 지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행동치료와 함께 꼭 병행해야 할 것이 약물치료다. ADHD 발병 주요인이 신경학적 원인 및 뇌 기능 저하 때문인 만큼 약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페니드·페몰린과 같은 중추신경자극제는 ADHD 치료에 매우 유용하다"며 "약 70%의 아동이 약물을 통해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안전한 약물"이라고 말했다.

◇ADHD 약물치료는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른다?=ADHD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많은 환자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 ADHD 환자 중 약물치료 환자 비율은 0.2%에 그친다는 사실만 봐도 가늠이 되는 대목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ADHD 환자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2명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 받았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34%)'는 답변과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25%)'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ADHD 치료약물의 주 부작용은 식욕이 줄고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는 점이다. 그러나 주로 약물 효과가 지속하는 점심시간에 식욕이 줄고 저녁시간에는 다시 식욕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설령 식욕이 준다고 해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 교수는 "ADHD 치료약물은 장기 투약해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독이 되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고 무엇보다 식욕감퇴와 같은 부작용은 투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바로 회복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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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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