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위크엔드]1인가구의 성지 샤로수길 프랜차이즈 메카로 뜬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300m '알짜골목' 외식 창업자·미식 노마드족 몰리며

'혼밥·혼술족' 테스트베드로 떠올라

가격대비 품질·편안한 분위기 매력… 매매가 오르고 없던 권리금도 생겨

낙성대·봉천역 주변으로 상권 확장


지난 13일 저녁 서울 관악구청 맞은편 골목길인 '샤로수길'에 위치한 퓨전 한식 전문점 스쿨푸드 서울대입구역점. 개점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매장 내 좌석은 '혼밥족(혼자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배달 주문 전화도 쉴새 없이 걸려왔다. 서울대입구역점은 스쿨푸드가 강남구 외 지역에 처음으로 낸 배달점포다. 최근 1인 가구와 배달 주문량이 늘면서 새로운 배달매장 출점 지역을 고민하던 중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인 서울대입구역에 둥지를 튼 것. 스쿨푸드 관계자는 "1인 가구와 배달의 성지로 떠오른 샤로수길은 혼밥족 트렌드와 배달 서비스 수요 증가에 맞춰 테스트베드 매장으로 활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샤로수길의 성장세와 맞물려 매장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100m가량 떨어진 관악14로길은 최근 샤로수길로 불린다. 서울대 정문 조형물을 상징하는 '샤' 자와 서울 신사동 패션 거리인 '가로수길'을 합성해 붙여진 이름이다.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 옆 골목길 입구부터 낙성대 재래시장 입구 전까지인 300m의 좁은 거리가 작지만 강한 '알짜 골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대와의 거리가 멀어 대학 앞 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역 인근 뒷골목에 개인 외식 창업자들이 몰리면서 입소문이 나자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앞다퉈 외식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매장을 출점하기 시작한 것. 특히 지난해 관악구청 관광 코스로 소개되면서 올해 해당 상권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 전문점 '구이가'는 지난해 샤로수길 인근에 다섯 번째 직영점인 서울대입구역점을 개점했다. 본래 거주 지역이었던 샤로수길의 특성상 원룸 촌이 잘 형성돼 젊은 층의 외식 트렌드 파악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접촉하기 위해 본사에서 직접 나선 것이다. 배승찬 구이가 대표는 "서울대와 거리가 멀어 대학 인근 상권에 비해 발달이 더뎠던 역 주변 상권이 최근 1인 가구의 유입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크게 달라졌다"며 "특히 남부순환로로 빠지는 길목에 위치해 차량을 이용하는 가족 단위 고객부터 젊은 층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서울대입구역 매장에 혼자 고기를 먹으러 오는 고객도 꽤 많다"며 "1인 가구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기에는 최적인 상권"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기 원하는 중소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서둘러 샤로수길 인근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밥 전문점인 '바르다김선생'도 최근 샤로수길 입구 인근에 문을 열고 1인 가구 잡기에 나섰다. 스몰비어 브랜드인 '봉구비어' '청담동말자싸롱', 치킨 전문점인 '오븐에빠진닭' '강호동치킨678' 등도 지난해 샤로수길 인근에 매장을 내고 나홀로족 모시기에 나섰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주변에 자취하는 가구가 많다 보니 단체 손님보다 소규모 손님이 많고 특히 안주 하나와 맥주를 시켜 가볍게 마시고 가는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고객)' 비중도 높다"며 "다른 지점과 다르게 1인 고객을 위한 메뉴 개발 및 구성에 심혈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와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주택가였던 샤로수길에 외식 상권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개인 외식 창업자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부터다. 2010년 무렵 강남 상권이 팽창하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젊은 창업자들이 인근 대학가 상권을 찾던 중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모여든 것. 세탁소·미용실·가정집 사이사이에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편안하고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샤로수길 형성 초기 이곳에 수제 버거 전문점 '저니'를 연 김학진씨는 "외식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에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자영업자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며 "초기에 비해 임대료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대학로나 홍대 입구에 비해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로수길의 또 다른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다른 인기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샤로수길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윤지씨는 "다른 곳에서 1인당 2~3만원가량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요리 등을 이곳에서는 1만원대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가격도 부담 없는데다 이색적인 골목 분위기는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최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샤로수길 인기에 매매가도 껑충=샤로수길이 인기 상권으로 부상하면서 없던 권리금도 생겨났다. 2010년 권리금이 없거나 있다 해도 2,000만~3,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7,000만~8,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넘는 곳도 생겨났다. 현재 상가 1층 20평 기준 보증금은 2,000만~4,000만원, 월세는 180만~250만원 수준으로 6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인근 논현 상권이 같은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250만~300만원, 강남 상권의 경우 보증금 5,000만~1억원, 월세 350만~6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임대료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상권이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초기에 비해 평당 매매가도 30% 이상 올랐다"며 "해당 상권은 인근 낙성대역과 봉천역 주변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성지에서 프랜차이즈 메카로=실제로 서울대입구역이 위치한 관악구는 서울시에서 1인 가구 거주자 수가 가장 많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관악구가 서울 내 1인 가구 수가 가장 많고 강남구·광진구 등의 순이었다. 관악구의 경우 도심 접근성이 좋고 저렴한 다가구 주택이 많아 지방에서 유학 온 학생이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크고 화려한 이태원 인근에 좁지만 알찬 경리단길이 생긴 것처럼 성숙하고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권 인근에 이색적이고 독특한 신생 상권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미식 노마드족과 소비자 요구와 외식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업체의 노력이 맞물려 이런 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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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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