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재미있는 말이야기] 알파고와 로봇기수

로봇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여전히 화제입니다. 이 대결을 보며 언젠가 낙타경주에 로봇을 태우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중동 귀족들의 인기 스포츠인 낙타경주에는 몸무게가 20㎏을 넘지 않는 어린 소년들이 탔는데 아동학대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금지됐고 그 대안으로 로봇기수(사진)가 등장한 것입니다. 2001년에 카타르가 개발을 시작해 2005년에 본격적인 로봇기수들의 낙타경주가 시행된 이래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로봇기수들은 처음에는 사막의 기후와 낙타들의 두려움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모든 사람들의 의문을 감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여기에는 중량을 줄이는 등의 기술적 진보가 크게 작용했지만 감성적인 면에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기수의 얼굴을 사람처럼 만든다든가 기수복을 입혀 디자인을 보완하고 사람의 체취와 비슷한 향수까지 뿌려 낙타의 공포를 없애줬습니다. 2~8㎞의 트랙을 달리는 낙타경주는 서남아시아에서 경마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 스포츠입니다. 왕족들은 국민을 단합시키는 방편의 하나로 낙타경주에 엄청난 관심과 지원을 쏟아왔습니다. 따라서 아동기수의 확보를 위한 납치, 폭행과 부상 등이 국제적인 문제로 야기되자 137만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회사와 '로봇기수'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로봇기수는 가격이 300만원 미만인데다 지치지도 않습니다. 로봇이 다른 스포츠 분야까지 잠식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생깁니다.

로봇산업의 발전으로 사라질 미래 인간의 일자리에 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늘 존재합니다. 낙타경주의 로봇기수들은 지치지 않는 대신 감정이 있는 기수들의 매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을 향해 환한 미소도 보내고 성적이 나쁘면 울상이 되기도 하는, 우리와 비슷한 렛츠런파크 기수들을 더 열심히 응원하려고 합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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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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