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매운 여전사들의 날이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이미향(23·KB금융그룹)과 김세영(23·미래에셋)이 각각 62타와 63타를 쳤다.
이미향은 와일드파이어GC(파72·6,538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를 몰아쳤다. 생애 최소타이자 코스 레코드다. 2012년 LPGA 2부 투어에서 출발한 이미향은 2014년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 우승으로 LPGA 투어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5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국내업체인 볼빅의 골프볼을 쓰는 이미향은 최근 KB국민은행과의 메인 스폰서 협약 발표 후 첫 라운드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이미향은 전반 9홀에서 9언더파 27타를 쳤다. 11번홀(파5) 이글, 12번홀(파4) 파를 제외하고는 모두 버디였다. 27타는 LPGA 투어 9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가장 최근 27타는 지난해 10월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양희영(27·PNS)이 기록했다. 10~18번홀 9연속 버디를 잡았다.
이미향은 ‘꿈의 59타’도 가능해 보였다. 후반에도 노 보기 행진을 펼쳤다. 하지만 버디 1개를 보태는 데 만족해 3타 차로 59타는 무산됐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 2라운드에서 기록한 게 LPGA 투어 유일의 59타다.
이미향은 페어웨이 안착률 100%를 찍었고 퍼트는 단 22개밖에 하지 않았다. 그린은 4차례 놓쳤다. 경기 후 이미향은 “출발부터 홀에 붙는 샷이 나왔고 두 번째 홀에서는 러프에서 친 어프로치 샷으로 이글을 잡았다. 행운이 따르는 날 같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전반에 9언더파를 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10언더파를 친 적은 있지만 그때는 파73 코스였다. 이번이 생애 최소타”라며 “다음에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있다면 기록에 남을 수 있는 59타나 58타를 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향과 김세영은 162㎝로 키가 같다. 외국 선수들에 비하면 많이 작고 한국선수들 중에서도 작은 편이다. 이미향에 앞서 경기를 마친 김세영도 생애 최소타를 쳤다. 22번의 퍼트로 버디만 9개를 떨어뜨려 9언더파 63타를 적었다. 이미향에 1타 뒤진 공동 2위. 개막 2연전에서 공동 2위와 공동 3위를 한 뒤 다음 2개 대회에서 40위·30위권으로 주춤했던 김세영은 다시 힘을 내는 모습이다. 한국선수 중 세계랭킹 네 번째로 리우 올림픽 출전 커트 라인에 걸려있는 김세영은 7월까지 부지런히 랭킹 포인트를 끌어모아야 한다.
한편 미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 처음 출전한 박성현(23·넵스)은 6언더파 공동 10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1993년생들의 날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1·롯데)는 3언더파 공동 36위로 출발했고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1오버파 공동 104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