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차지연 "어린시절 날 닮은 엘파바…금세 캐릭터에 빠졌죠"

뮤지컬 '위키드'서 주인공 엘파바로 변신

외모로 차별받는 주인공 보며 같은 상처로 아파한 과거 떠올라

음색 안맞아 3년전 고사했던 역할-새로운 창법으로 도전

"장르 불문 날 혹사시키는 작품 대환영"

뮤지컬 ‘위키드’에서 주인공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사진=권욱기자뮤지컬 ‘위키드’에서 주인공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사진=권욱기자


뮤지컬 배우 차지연(35)은 3년 전 “‘위키드’의 오디션을 보라”는 지인들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가슴 속 뜨거운 한(恨)을 지닌 ‘송화’(뮤지컬 서편제), 악마에게 유린당한 ‘그레첸’(〃더데빌), 노예로 끌려간 강인한 공주 ‘아이다’(〃아이다) 등의 대표작들이 말해주듯 그동안 선 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다 보니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한 위키드는 낯설다 못해 간지럽게 느껴졌다. “나와 맞지 않다”며 오디션을 포기했던 그가 ‘2016년 위키드’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마법의 주문을 외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주인공 ‘엘파바’로 말이다. “내가 무슨 위키드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던 그녀에게 도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차지연에게 위키드는 큰 도전이다. 세계적인 흥행작이지만, 무작정 욕심내선 안 될 작품이 위키드였다. 동화 같은 캐릭터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발성 자체가 제가 가진 음색과 맞지 않아요. 탁성인 저는 중저음으로 힘있게 퍼뜨리는 쪽인데, 위키드의 음악은 톤 자체가 높고 날카롭게 찔러야 하거든요. 제게는 주 무기(목소리)를 바꿔 다는 것과 다름없는 작업인 셈이죠.” 3년 전 주변의 권유를 흘려보낸 이유도 여기 있었다. 다시 오디션 공고를 접한 지난해에는 웬일인지 생각이 달랐다. “그동안 다른 작품을 하며 내 안의 ‘또 다른 소리 길을 찾았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해 보지 않은 캐릭터에 이전과 다른 창법일지라도 ‘피하지 말고 해보자’는 의지가 컸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안 맞는 옷’이라 생각했던 배역은 아프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닮아 있었다. 초록색 피부의 엘파바는 남과 다른 외모로 편견에 시달리지만, 꿋꿋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인물이다. 차지연 역시 어린 시절 생김새 때문에 받은 상처가 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왕따를 당했어요. 남자같이 생겼다는 이유였죠.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학교에서 늘 주눅이 든 채로 지냈어요.” 남들의 따가운 시선도 씩씩하게 받아치는 엘파바. 그 뒤의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캐릭터를 떠올릴 때면 눈물샘이 먼저 요동친다. 차지연은 “날 닮은 캐릭터를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도 축복”이라며 “엘파바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나도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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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부담도 만만치 않다. 화끈한 여걸 같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늘 심장약을 챙겨 먹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연초에 TV 가요경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5주 연속 우승하며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그동안 작품마다 ‘역시 차지연’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머리를 쥐어뜯던 그는 “지금까지 진정성 하나 믿고 여기까지 왔고, 그 덕에 지금의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있는 것 같다”며 “내 안의 모든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귀한 (이전 배우들과의) 차별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차지연. 배우로서의 바람도 여느 여배우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남자 캐릭터를 맡거나 과감하게 머리 밀고 변신하고 싶기도 해요. 저를 혹사하는 작품이라면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대환영입니다.” 변신을 즐기는 과감한 배우 차지연의 ‘마법 같은 변신’이 기대된다. 5월 18일~6월 1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7월 12일~8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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