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반발 여론 불구 비례 2번 셀프공천...당에 남아 역할 의지 표현

김 대표 영입인사 국회진출땐 김종인계파 형성도

당내 권력 장악댄 76세 나이 불구 대권후보 부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13 총선에 투입할 비례대표 후보자를 압축해 발표한 명단에는 당선 안정권인 유력한 1, 2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각각 배치됐다. 1위는 여성표를 의식해 관례적으로 여성을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 1번은 김 대표 자신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비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즉답을 피해왔고 “비례나 하자고 당에 들어온 게 아니다”는 취지로 말해 왔다. 그러나 김 대표가 비례대표 당선안정권에 20%를 전략공천할 수 있다는 당 대표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을 포함한 3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당 내부에서 “정의롭지도 못하다”거나 “비례대표만 5번째로 노욕”이라는 발언들이 바로 나왔다.


이처럼 ‘셀프공천’을 하게 되면 논란이 클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이날도 “문제 될 게 없다”며 자신의 권한으로 ‘사실상의 1번’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의도가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총선 이후에도 당권·대권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더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일부에서는 대권도전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대표가 영입한 이수혁 전 6자회담 대표를 비롯해 자신의 측근들을 비례대표 명단에 포진시켰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 의원과 김 대표와 손발을 맞춰온 비대위원들이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될 경우 ‘김종인 사단’ 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강기정, 오영식 전 의원 등 친노 운동권 인사를 쳐낸 김 대표가 당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대선후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친김종인계와 친문재인계의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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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나리오는 김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107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등 자신의 셀프 공천에 역풍을 맞아 선거에서 목표의석 달성에 실패하면 이후 플랜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김 대표의 공천 칼 끝에 희생(공천배제)된 친노 주류 인사들이 “총선 끝나면 두고보자”고 김 대표의 역습을 준비하고 있어 김 대표가 총선승리 과제를 완벽하게 해 내지 않으면 역풍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 중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번 ‘셀프 공천’은 문재인 전 대표의 동의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김 대표가 원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문 전 대표의 ‘경제교사’가 될 것이란 더 현실적인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김 대표가 당의 변화를 총선 이후에도 이어가기 위해 원내에 남아있는 게 낫겠다고 판단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76세의 고령인 김 대표가 대권 도전에 직접 나서는 것보다 대권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내진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의 측근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 공천을 사실상 묵인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핵심 친노 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노가 조용히 있는 이유는 총선 전에 논란을 키워봤자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총선 이후를 지켜봐야 김 대표의 속내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manis@sed.co.kr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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