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셀프공천’을 하게 되면 논란이 클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이날도 “문제 될 게 없다”며 자신의 권한으로 ‘사실상의 1번’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의도가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총선 이후에도 당권·대권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더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일부에서는 대권도전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대표가 영입한 이수혁 전 6자회담 대표를 비롯해 자신의 측근들을 비례대표 명단에 포진시켰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 의원과 김 대표와 손발을 맞춰온 비대위원들이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될 경우 ‘김종인 사단’ 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강기정, 오영식 전 의원 등 친노 운동권 인사를 쳐낸 김 대표가 당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대선후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친김종인계와 친문재인계의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김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107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등 자신의 셀프 공천에 역풍을 맞아 선거에서 목표의석 달성에 실패하면 이후 플랜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김 대표의 공천 칼 끝에 희생(공천배제)된 친노 주류 인사들이 “총선 끝나면 두고보자”고 김 대표의 역습을 준비하고 있어 김 대표가 총선승리 과제를 완벽하게 해 내지 않으면 역풍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 중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번 ‘셀프 공천’은 문재인 전 대표의 동의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김 대표가 원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문 전 대표의 ‘경제교사’가 될 것이란 더 현실적인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김 대표가 당의 변화를 총선 이후에도 이어가기 위해 원내에 남아있는 게 낫겠다고 판단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76세의 고령인 김 대표가 대권 도전에 직접 나서는 것보다 대권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내진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의 측근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 공천을 사실상 묵인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핵심 친노 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노가 조용히 있는 이유는 총선 전에 논란을 키워봤자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총선 이후를 지켜봐야 김 대표의 속내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