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살인적 집값에… 홍콩 젊은부부 '생이별'

작년 주택가격 총소득의 19배

부모집 거주 청년층 비율 76%

출산율 타격… 女 1명당 1.1명

불확실한 경기전망 등도 한 몫


홍콩의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결혼하고도 각자 부모 집에 얹혀사는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시립대의 어번리서치그룹이 발표한 수치를 인용해 홍콩 국적의 18~35세 젊은이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전체의 76%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두 배에 이르는 비율이다. 젊은 부부들이 부모 곁에 머물며 출산율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1명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율을 크게 밑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것은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해당 세대의 실업률이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성한 자녀의 '미독립' 상태는 비싼 집값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지난해 홍콩 주택가격(중간값)은 총소득의 19배로 집계됐다. 높은 집값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런던(총소득의 8.5배)조차 가뿐히 누른 수치다. 올 들어 부동산에 낀 거품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홍콩 주택가격은 최근 10년 사이 3배나 뛰었다. 이 때문에 집값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만 등으로 이민 가는 홍콩인도 증가하고 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FT는 집값 외에 불확실한 경기전망,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사고방식도 부모와 함께 사는 홍콩인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거론했다. 올해 홍콩은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긴장과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존 창 홍콩 재정사장도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며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중국인 관광객과 대중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 링 어번리서치 연구원은 홍콩 밀레니엄 세대의 이 같은 추세가 "의도적인 선택"이며 경제적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을 마주한 그들이 "꿈과 현실 간의 격차를 메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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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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