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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나누고 다시 쓰고… '저작물 공유'로 콘텐츠 활용 늘려야

<5>저작권도 창조자원이다

저작권 만료 작품도 인식 부족으로 못쓰는 경우 많아

권리자 허락 없이 사용가능한 '공유저작물' 확대 필요

창작활동 활발해지도록 저작권 보호체계 강화도 시급

[융합기획5회] 저작권브랜드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저작권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 2월17일 열린 저작권 브랜드 '반듯ⓒ'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문체부

#1 '한국 근대미술사'라는 이름으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회화 관련 책을 준비하던 A 교수는 필요한 그림 30컷을 골랐다. 원화를 소장하고 있는 B 미술관에 이용절차를 문의했더니 컷당 30만원의 저작권료를 내라는 것이 아닌가. 1컷이 30만원이면 30컷에 무려 1,000만원이 필요하다. 단순 이미지 사용에 이런 비용을 지불할 수 없었던 A 교수는 결국 출판을 포기했다. 미술관은 무리한 권리 행사를 했고 교수는 저작권에 어두웠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은 대부분 사망했고 이들 작품의 저작권 보호기간도 이미 끝났다. 작가가 1962년 이전 사망했다면 사후 50년인 2012년에 저작권은 모두 만료됐다(2013년부터는 사후 70년으로 연장). 즉 이들 그림은 '저작권 만료'로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셈이다.

#2 벤처기업 구니스는 공공저작물을 사용해 '스마트 팔레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스마트 팔레트는 사용자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붓이나 물감 없이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다. 공공저작물인 전통문양과 문화재 이미지를 이용해 콘텐츠를 확보했고 지난해 '제3회 문화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저작물 창조자원화 사업으로 2014~2015년 2년 동안 21개 업체가 상품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저작권이 만료되거나 처음부터 공공저작물로 생산된 '자유이용저작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식 부족과 수집 체계 미비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저작물이 창조자원이 되고 융복합 콘텐츠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창의적 저작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도 필요하다. 저작권 침해가 만연한 사회에서 창조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저작물 '만들고 나누고 다시 쓰기' 운동이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누고 다시 쓰고'…자유이용저작물 늘려야=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유저작물 포털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 이용 건수는 지난해 765만건으로 전년(1,111만건)에 비해 31.1%나 줄어들었다. 공유저작물 이용은 2011년 158만건에서 2012년 219만건, 2013년 545만건으로 늘어났지만 이런 상승세가 최근 꺾였다. 문체부 측은 "2014년 저작물 기증이 크게 늘어나며 사용자도 많았지만 이것이 주춤해지면서 평상시 사용 패턴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도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자유이용저작물' 또는 '공유저작물'이라고 부른다. 자유이용저작물에는 저작권 만료, 저작권 기증, 자유이용 허락 표시 저작물(CCL), 공공저작물 등이 있다. 자유이용저작물은 생각보다 많다. 위키피디아는 전체 이미지의 87%를 공유저작물로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나 플리커와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도 CCL 활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네오다빈치' 시대를 위한 융복합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창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이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으로 공유저작물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올해 계획하고 있는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사업으로 개인들 소유로 사장될 수 있는 저작물을 기증받거나 구매해 중소 창업기업들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철민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자유이용저작물을 늘리고 이에 대한 편리한 이용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최대 역점사업"이라고 말했다.

◇'만들고'…저작권 보호 강화로 창작 의욕 북돋아야=기본적으로는 창작자가 다양한 저작물을 생산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기술 발전은 저작권 침해 방식도 바꾸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소비 유형이 소유(다운로드)에서 접속(스트리밍)으로 변하면서 창작자의 허락 없이 불법 공유하는 링크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 콘텐츠 불법 업로드부터 이용까지 단계별 침해 유형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맞춤형 보호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문체부는 링크 사이트에 대한 '불법복제물추적관리시스템(I-COP)' 검색 기능 개발을 올해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창작자에게 공정하게 저작권료를 분배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또한 저작권자도 자신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저작권 등록'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은 특허권이나 상표권과 달리 창작 자체로 권리를 갖기 때문에 음악 분야 외에는 관심이 소홀하지만 확실한 소유관계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등록절차가 필요하다.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3만7,500건의 저작권이 등록됐다. 홍승기 한국영상자료원 감사(변호사)는 "문화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저작권 분쟁도 늘어나고 있는데 등록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다 잘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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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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