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면세·관광산업 융합→내수창출로 연결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중> 면세 백년대계 그리자

면세점 핵심역량은 지속 가능한 '바잉파워'

레저·관광업계와 '쇼핑+α' 인프라 구축 등

정부, 해외 관광객 유인할 중장기 로드맵 절실


지난 2010년 신라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에는 매장을 두지 않는다'는 루이비통의 경영철칙을 깨고 세계 최초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시켰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1984~1986년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샤넬을 차례로 소공동 본점에 들여오며 '3대 명품 브랜드'를 갖춘 세계 최초의 면세점이 됐다. 글로벌 1위 면세 국가의 위상은 이처럼 수십 년 쌓인 업계의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라가 입점시킨 루이비통 인천공항점은 현재 롯데 면세점 소속이다. 지난해 3기 인천공항점 사업자가 새로 선정되면서 해당 구역의 사업권을 롯데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업에도 운영 노하우와 경쟁력, 로열티가 있지만 조금도 인정받지 못한다"며 "경쟁국과 같은 지원은커녕 산업 분열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연 3%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면세업과 같은 산업을 일종의 간접 수출산업이자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관광객의 소비를 내수산업으로 끌어들여 이를 기반으로 내수회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면세점 개선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관광육성책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면세업을 관광업과의 융합산업으로 재정립해 산업발전의 청사진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면세 업종을 외국처럼 관광 연계 콘텐츠로 인식, 관광 산업과의 융합화를 추진해 정책 수립·보호·지원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국내 최고의 관광자원인 면세점을 관광 인프라로 재정의할 시점"이라며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쇼핑을 위해 한국에 오지만 레저·관광업계와 면세점의 상생 방안 등 정부와 유관 업계의 논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관광진흥을 내수창출로 연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각 부처에 이관된 기능을 모아 집행을 총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면세정책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문화관광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종합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 백년지대계는 관광 산업과 유통 산업의 융합산업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며 "관광진흥을 내수소비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통해 정부 정책을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끌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하이난성에 국제 관광섬 육성계획을 추진하면서 내·외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지정 면세점을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운다는 면세 정책부터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분수쇼마저 기업들이 주도하는 등 다각도의 정책 협조는 실종된 지 오래다. SK워커힐면세점이 국내 유일의 카지노 기반 면세점이지만 지난해 특허 갱신심사에서 고려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정책도 일관된 중장기 로드맵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이정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2012~2013년 정부는 대기업의 면세 특허 수를 제한하기 위해 지방 시내 면세점 부문에 중소기업 특허 11개를 내줬다. 하지만 이 중 4개 업체가 사업부진으로 특허권을 자진 반납했다. 면세점의 핵심 역량이 지속 가능한 바잉파워인데도 중소업체들이 단기간에 성공하기에는 업종 이해도와 투입 자본 모두 부족할 수 있음을 도외시한 결과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면세점이 백화점과 비슷한 장치산업임을 이해한다면 최소 10년에서 20~30년 중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최시영 아주대 물류SCM학과 교수)" "관광 측면에서 본다면 서울 강남 면세점을 육성하고 부산 등에 전략지역을 설정하는 등 유관 관광자원의 힘을 모아야 한다(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거점을 쇼핑 기지로 육성해 쇼핑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쇼핑+α'를 구축할 관광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면세점의 다양화 기틀이 마련된 시점에서 그간 쇼핑 한국의 입지를 다져온 업계 대신 국가가 나서 종합적인 청사진을 짜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쇼핑을 위해 방한한 외국인이 다시 한번 찾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지방관광 활성화, 의료관광기지 육성 등 국가적 차원의 대안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광 콘텐츠 다양화 등을 위해 정부와 유통·레저·관광 산업 등 전체가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다특허 시대가 시작된 가운데 다경쟁 시대에 대비하는 업계의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희원·윤경환·박윤선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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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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