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난민 확산… 솅겐조약 위기… 갈라지는 '하나의 유럽'

진통 커지는 '브뤼셀 테러'

"단결해 폭력 극단주의 맞설 것"

EU 정상 공동성명 발표했지만 유럽 '개방 정책' 취약성 확인

"난민수용·이민 모두 중단시켜야" 국경 통제 강화 목소리 쏟아져

"브렉시트 가능성 커져" 분석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연쇄테러로 '하나의 유럽'이 새 위기를 맞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테러 방지를 위해 난민들의 입국을 막고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회원국 간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며 브뤼셀 테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EU 정상들은 성명서에서 "EU는 테러 공격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우리는 벨기에와 힘을 합쳐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번 테러는 관용이라는 유럽의 가치를 지키려는 우리 의지를 강화시킬 뿐"이라며 "EU는 단결해 증오와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에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EU 정상들이 반(反)테러리즘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강한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이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서는 벨기에 국기와 같은 '적황흑' 삼색을 비춰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 시민들은 길거리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확산시켜 하나의 유럽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브뤼셀 테러가 유럽 시민들이 신봉해온 개방정책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며 유럽 내 반난민정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유럽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했던 솅겐조약의 운명도 다시 위태로워졌다며 유럽 각국이 국경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13 파리 테러에 이어 브뤼셀 테러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난민수용에 적극적인 진보적 유럽 정치인들조차 보다 엄격한 난민통제 요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유럽 극우 정치인들은 이번 테러로 난민수용을 즉각 멈춰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테러 발생 이후 성명서를 발표해 "브뤼셀 테러는 이슬람의 야만행위"라며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을 당장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각국은 국경에 경찰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유럽의 태만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돼왔다"고 강조했다.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르펜 대표는 난민수용뿐 아니라 모든 이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인사로 유명하다.

브뤼셀 테러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러 발생 직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영국독립당(UKIP)은 성명에서 "이번 브뤼셀 시민들의 죽음은 솅겐조약과 느슨한 국경통제가 남긴 결과"라며 "유럽은 난민수용과 이민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UKIP가 이번 브뤼셀 테러로 시민들에게 호소할 기회를 얻었다며 영국 내에서 EU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에서는 오는 6월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때문에 난민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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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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