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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희망 품은 연극배우 삶 보여주려 노력했죠"

영화 '대배우'서 첫 단독주연 맡은 오달수

배우 오달수/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배우 오달수/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연극배우의 삶이란 물론 가난하죠. 하지만 세간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남루하거나 동정을 살만한 직업은 아니에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사실은 행복하단 말이죠. 비록 가난한 현실일지라도 그 현실이 결코 초라하게 보이지는 않도록 그려내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한국 영화계를 지켜준다는 ‘요정’ 오달수(48·사진)가 드디어 첫 단독 주연 영화를 찍었다. ‘대배우(30일 개봉)’라는 제목은 물론 ‘연기의 신 로버트 드 니로보다 점이 하나 더 있는’ 이라는 카피와 함께 배우의 얼굴을 전면으로 내세운 포스터가 말해주듯 영화는 작정하고 배우 오달수에게 기댄다. “처음 포스터 문구를 봤을 때는 ‘감히’라는 말이 떠오르며 많이 부끄러웠는데 홍보 적으로는 효과가 있겠더라구요. 영화가 잘 된다는데 제 민망함 정도야 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감에 짓눌려있었다는 배우는 “어차피 영화는 만들어졌고 우리 몫은 다했다. 이제부터는 보시는 분들의 몫”이라며 홀가분한 기색을 드러냈다.


영화 ‘대배우’는 20년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이 가족을 위해 인정받는 배우가 되려고 하는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석민우 감독의 입봉작으로 영화판과 연극판의 현실을 가감 없지만 구차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배우 오달수는 “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내가 언제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기에 주·조연의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언제나 말해왔지만 그래도 타이틀 롤을 맡는다는 것은 역시 남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연기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주연 배우의 역할”이라고 설명한 배우는 “정말로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열심히 찍었다”고 강조했다. “내가 연기하기 부담스럽다면 관객들도 부담스러운 거죠. 감독님과 꾸준히 상의하며 그런 부분들을 조율해 나갔어요. 특히 저도 연극생활을 오래 했으니 그 경험들이 많이 반영됐는데, 이를테면 입단한 지 48일 된 배우에게 연기 지도해주며 하는 말들은 대부분 제 애드리브였어요. ‘대사를 하고 싶다는 건 배우들의 덧없는 욕망이지’ 이런 대사들인데, 어찌나 주절거려댔는지 많이 잘려 나갔더라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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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객들 입장에서도 ‘장성필’을 오달수 본인과 겹쳐볼 수밖에 없다. 오달수 또한 “연기를 하며 ‘장성필’이 나와야 하는데 자꾸만 내가 튀어나와서 그게 마음에 걸렸다”고.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2000년부터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로 있으며 대학로 후배 연극인들에게 술 잘 사주기로도 유명한 배우 오달수는 실제로 ‘장성필’ 같은 후배를 만날 때 어떤 조언들을 해줄까 궁금했다. 배우는 과연 ‘요정’답게 희망을 말했다.

“‘언젠가는 희망이 온다’는 거죠. 만약 대학로에 20대 배우가 2,000여 명 있다면 30대 배우는 그 절반, 40대 배우는 또 그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많은 배우들이 빨리 찾아오지 않는 기회에 조급함을 견디지 못한 채 떨어져 나가는 거예요. 하지만 그 시기를 버티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라 제가 100% 확신을 가지고 해주는 말이에요. 근데 저 뭘 믿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죠?(웃음)”

배우 오달수/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배우 오달수/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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