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전 예술감독님은 말하자면 한국 문화계의 얼굴 같은 분입니다. 그분이 하시는 역할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데 그런 분께서 여기서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걸 보면서 비슷한 입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작곡가 진은숙(55·사진)은 2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하고 나온 듯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진 작곡가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로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이며 10년째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정기공연 ‘아르스 노바(Ars Nova)’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아르스 노바’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자리였지만 진 작곡가는 “서울시향의 여러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고 끝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최근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향 직원들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고 대표님과 직원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문을 연 진 작곡가는 “직원들과 전 대표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시향이라는 공공단체를 곤경에 처하게 하고 그게 상임지휘자의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지적하는 것처럼 서울시향은 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단 1분이라도 음악이 아닌 것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이상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외부의 공격이 이어지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 지휘자에 대한 세간의 공격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진 작곡가는 “부모들이 자식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않으면서 밖에서 사람 구실 하길 바라는 건 모순”이라며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에게 찬사까지 보내진 않더라도 격려하고 지지해준다면 한국 사람으로서 더 자부심을 느끼고 노력하리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매체를 통해 보도됐던 ‘박현정 전 대표가 나가지 않으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르스 노바’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준 높은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자리로 봄 공연이 올해 3월 30일 세종체임버홀과 4월 5일 LG아트센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20세기 작곡가 힌데미트부터 21세기 에사페카 살로넨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슨이 협연한다. 진 작곡가는 “지난 10년간 작곡가로서 이룬 어떤 성공보다 아르스 노바를 만들어가며 얻은 자부심과 기쁨이 가장 크다”며 “현대음악은 강한 지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지금까지처럼 잘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