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조직을 갉아먹는 ‘침묵’의 위험과 그 예방법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조직의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경험한 직원들은 ‘저항’과 ‘침묵’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집단적 저항이 어렵다면 힘없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체념한 것이다.

침묵(沈默)은 더 이상 금(金)이 아니다. 더욱이 많은 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침묵만큼 암적인 존재도 드물다. 직원들의 침묵은 방관에서 비롯되고 방관은 조직에 대한 체념과 무관심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묵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고착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자에게는 위협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침묵은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렵다. 침묵은 갑자기 발생하지도 않지만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랜 시간 누적된 직원들의 불만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침묵이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나는가를 알기 어렵다. 직원들 개인차는 있겠지만, 상사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 혹은 동료들 간의 불화 등이 침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조직이 약속을 습관적으로 어기거나 공정성을 상실했을 때에도 직원들은 침묵으로 저항한다. 조직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잃는 순간이 침묵의 시작이고 조직을 떠나는 순간이 침묵의 끝인 경우가 많다.

둘째, 침묵은 전염 속도가 빠르다. 침묵은 소리 없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강요나 해석이 없어도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보에 대한 판단은 놀랍게도 유사하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되면 더욱 예민하고 까칠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특히 조직 내부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는 비공식적인 SNS나 입소문을 통해 그 진실성과 관계없이 신속하게 공유되고 침묵을 가속화한다. 조직 내 신뢰가 부족하거나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는 분위기라면 더욱 그러하다. 경영자가 명심할 것이 있다. 직원들이 벙어리일 수는 있지만 귀머거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도 알 건 다 알고 판단할 건 다 판단한다. 단지 침묵할 뿐이다.

셋째, 침묵을 경영자가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자의 머리가 복잡하거나 불안감이 클 때 경영자는 침묵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또한 직원들의 침묵을 이해와 인내로 해석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때 경영자의 이러한 욕구를 고위 관리자들이 모를 리 없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알아서 차단하거나 왜곡하여 전달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절망하고 더 이상 의견을 말하지 않거나 체념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조직의 침묵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을까? 리더와 조직, 그리고 문화적 관점에서 그 해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침묵의 원인은 리더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회의 때 분위기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회의를 해봐야 결국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난다고 응답한 사람이 66% 이상이며, 회의 때 상사가 자신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는 응답이 54%였다.

물론 사안을 공개하기 어렵거나 시간 부족 또는 직원들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에 상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상사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부하직원은 흔치 않다.

지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폭스바겐의 윤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 CEO였던 마틴 빈터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이라는 강압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원들은 누구도 반론하지 못했으며, 그 침묵의 결과는 저주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강자인 리더의 강압적 명령에 따라 직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침묵하게 되었고, 그 침묵은 재앙으로 되돌아 왔다. 이러한 경우의 침묵을 ‘방어적 침묵(defensive silence)’이라고 한다. 방어적 침묵이란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리더가 무서울 경우에 리더가 좋아할 만한 말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침묵만한 임기응변도 없다. 따라서 리더의 실패는 직원들의 침묵에서 비롯되고, 직원들의 침묵은 리더의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조직의 공정성을 약속하라. 조직의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경험한 직원들은 ‘저항’과 ‘침묵’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집단적 저항이 어렵다면 힘없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체념한 것이다. 특히 기업 조직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외부로부터 오는 수많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다. 때로는 직원들에게 통보없이 불가피한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실행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쁜 의도만 아니라면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문제는 직원들의 ‘이해’는 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설명’은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이 갑자기 발생하면 불안해하지 않을 직원은 없다. 조직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고 분노하는 직원들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정상적일 리 없다. 그들도 화풀이할 대상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기도 어려운데 설명조차 해주지 않는 조직에 대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침묵뿐이다.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이를 ‘체념적 침묵(acquiescent silence)’이라고 한다. 체념적 침묵이란 현재의 상황을 바꾸거나 관여할 의지가 없거나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깊은 무력감을 인식한 행동을 의미한다. 경영자와 직원 서로가 고마워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대화는 무슨 의미가 있고 협력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서로가 침묵하고 서로를 원망하다 서로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조직이 먼저 공정성을 약속해야 한다. 조직을 믿을 수 있어야 할 말도 있고 기대도 할 수 있다.

셋째, 신뢰 기반의 소통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침묵에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조직에서 불필요한 발언 때문에 개인간 혹은 부서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즉 말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도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 때문에 촉발되는 문제도 적지않다. 출근하면 동료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싸움에서 이길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상처 주는 말을 불필요하게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나 타 부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발언을 선호하는 소통문화가 필요하다. 즉 부정적인 침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신뢰 기반의 소통문화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친사회적 침묵(prosocial silence)’이다. 친사회적 침묵은 이타주의나 협동적 동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이익이 되게 할 목적을 지니고 불필요한 아이디어, 정보, 의견을 철회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묵인(默認)’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악의적인 의도가 아닌 모두를 위한 침묵은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친사회적 발언’과 같은 힘을 갖는다.

이상과 같이 조직의 침묵은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고 그 해법 또한 다양하다. 성공하는 경영자는 직원들의 협력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은 잘나가는 시절에 함께 하는 직원도 반갑지만 조직이 어려울 때 반드시 필요한 말을 경영자에게 전달하여 경영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원이 더 반가운 법이다. 이렇게 반가운 직원들은 경영자의 리더십으로 키워진다는 점에서 “경영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의 교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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