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바닷물로 농사짓기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다행히 올봄은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보다 산과 들에서 활기찬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난해 가을 이후 비가 많이 내리기도 했지만 저수지 물 채우기 대책 등의 노력으로 저수율은 평년 대비 90%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 모내기 때까지는 물 부족 현상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본다.

하지만 강화와 충남 서해안 일부 도서 지역에서는 강물이나 하천수를 계속 퍼 올리고 있다. 가뭄 대책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지하수를 뚫거나 양수기로 하천수를 끌어올리거나 긴급한 경우 소방차로 물을 실어다 나르는 정도다. 이에 더해 물그릇을 키운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의 물을 댐이나 저수지로 연결하는 방안이 진화된 대책일 수 있다. 가뭄으로 농경지가 갈라지고 농작물이 말라죽을 때에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아까운 담수가 염수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때마다 ‘바닷물이 담수라면…’ 하는 부질 없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른바 해수담수화 사업이다. 바닷물은 짜다. 이 때문에 마시거나 공업·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염분을 빼내야 한다. 소금기만 빼낼 수 있으면 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지구상의 물 가운데 98%가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실 충분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적절한 비용으로 염분을 제거하는 것이 해수담수화 사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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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사막 국가에서는 식수와 생활·환경용수 등 모든 물 문제를 해수담수화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지독한 가뭄을 겪은 우리나라도 해수담수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충남 서부 지역에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물 수요가 급증하는 서산과 태안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해 공업용수로 활용하고 보령댐 물은 생활용수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의 하나로 해수담수화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도서 지역의 경우 바닷물로 농사짓는 것은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용수의 염도는 1,000∼1,500㎎/ℓ 수준이라고 한다. 즉 염분기가 조금 있더라도 농사짓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 바닷물의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해수담수화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화 등 도서 지역 물 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를 용도별로 맞춤화하고 공급체계를 구체화해서 ‘바닷물로 농사짓기’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노력할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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