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잔특근 버짓제 도입·성과급 체계 수술...스타트업 정신 무장한 삼성

이재용의 뉴삼성 뭘 담았나

상대평가 줄이고 2주이상 지속 근무땐 특근 제외

"과정 좋으면 실패도 좋다" 적극적 기업문화 도입

권위주의 타파 9계명 작성...경영진 토론도 확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컨벤스키호텔에서 삼성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을 주창하며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컨벤스키호텔에서 삼성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을 주창하며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24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선포식’에 김현석 사장(VD사업부장, 왼쪽부터), 서병삼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김기호 부사장(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 전동수 사장(의료기기사업부장),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장)이 참석해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약속하는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24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선포식’에 김현석 사장(VD사업부장, 왼쪽부터), 서병삼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김기호 부사장(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 전동수 사장(의료기기사업부장),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장)이 참석해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약속하는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016년 3월24일은 삼성의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만한 날이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통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면 이날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기술부터 일하는 방식, 임직원의 사고까지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 삼성의 역사는 달라진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박영기 삼성전자 인사팀장은 “오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고 오늘은 시동을 거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기업문화 혁신안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앞으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장기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삼성의 성장세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5%대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11%까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회복의 첫걸음은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게 삼성 최고경영진의 판단이다.

이 때문인지 변화의 폭은 크고 그 내용도 파격적이다.

당장 삼성은 회의를 50% 축소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회의를 전수조사해 유사 회의는 통폐합하고 공지성 회의는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보고도 간소화해 필요할 경우 여러 명의 상사에게 동시에 보고하고 실무자를 끼워넣어 궁금증을 바로 풀도록 했다. 형식을 갖춘 문서 대신 메모나 e메일을 권고한다.

인사제도도 대수술에 들어간다. 글로벌 기업의 인사 시스템을 목표로 연공서열 기반에서 직무·역할 중심으로 기본 틀이 바뀐다. 승진 대상자는 근무연수를 채웠다고 뽑는 게 아니라 상급자가 원하는 역량을 갖춘 인물만 선정한다.


특히 성과형 보상체계를 만든다. 개인별 성과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현재의 성과보상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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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형식적인 상대평가는 지양한다. 결과 중심에서 과정을 중시하고 상대평가 방법도 완화한다. 과정이 좋으면 “실패해도 좋다”는 스타트업 기업의 문화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자율적 휴가문화를 확산시켜 임직원의 업무효율도 높인다. 매년 4월 1년치 휴가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가족사랑 휴가와 자기계발휴가제를 도입하고 임직원을 위한 맞춤형 여행상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장시간 일하는 문화도 철폐한다. ‘잔특근 버짓제(예산제)’를 도입해 일정 부분 이상 야근과 잔업을 못하게 한다. 일종의 총량제다. 이에 따라 임원은 주 1회 이상 쉬도록 하고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대폭 축소한다. 2주 동안 쉬지 않은 임직원은 특근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9계명도 만들었다. ‘과도한 의전 하지도 받지도 맙시다’ ‘문서 형식과 꾸미기보다 내용에 집중합시다’ ‘지시는 명령이 아니라 일의 목표를 공유하는 것’ 같은 9대 실천항목을 담았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님’이나 ‘프로’ 같은 호칭을 도입하는 것도 권위주의를 없애기 위함이다.

소통도 강화한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삼성의 ‘승부근성(Winning Spirit)’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진 대토론회도 연 1회에서 반기 1회로 확대한다. 사업부장 주관의 토론회도 매월 순차로 진행해 임직원 간 이해의 장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되지만 전자계열사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에도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변화에 우선 전자계열사들이 관심이 있다”며 “전자계열사를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에도 이 같은 DNA 변화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아직은 이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사실상 이 부회장의 첫인사였던 지난해는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중심을 뒀지만 기업문화를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 지금은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의 의미는 우리 회사 조직문화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향점”이라며 “조직문화 혁신을 새롭게 시작하고 스타트업 같은 빠른 실행과 열린 소통을 지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영필·강도원·김현진기자 susopa@sed.co.kr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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